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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우리 외할머니

     날짜 : 2002년 12월 08일 (일) 1:03:00 오전     조회 : 839      
"엄마, 내 안경 좀 찾아 줘."
'-7디옵터'. 안경 없이 살 수 없는 나의 시력입니다.
그런데 쉽게 손이 닿도록 화장실 오른쪽 선반에 올려 둔 제 안경이 그날은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 이게 어디 갔지? 세나야, 잠깐 기다려봐."
엄마가 온 집안을 뒤졌지만 안경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날은 덥고 앞은 보이지 않고, 울컥 짜증이 나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엄마, 세나 안경 못 봤어요?
엄마도 몸이 달았는지 오랜만에 딸네 집에 다니러 오신 외할머니에게 여쭈어 보셨습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니?" 하고는 텔레비전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끝내 안경은 찾지 못했지요.
다음날 시골로 내려가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터미널로 가던 길에 엄마가 하는 식당에 들렀습니다.
"엄마, 나 안경 사 줘. 그 좁은 집에서 갔음 어딜 갔겠어. 하수구에 빠진 게 분명해"하며
저는 안경을 사 달라고 졸라 댔습니다.
옆에서는 이모가 할머니 가방 속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왜 이렇게 팬티를 가방 맨 위에다 두고 있어. 창피하게.
이런 건 속에다 집어 넣어야지. 어머, 근데 이게 뭐야?"
놀랍게도 이모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내 안경이었습니다.
나는 냉큼 안경을 빼앗아 들고 할머니에게 소리쳤지요.
"할머니, 뭐예요?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할머니는 무안한 얼굴로 대꾸하셨습니다.
"팬티 빨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안경이 어찌나 더러운지,
내가 집에 가져가서 아무도 몰래 안경 다시 해다 줄라고 했지."
식당 안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손녀의 흠집 많은 안경이 안쓰러워 몰래 다시 해 주시려던 할머니의 사랑! 고맙습니다.


박세나 님/ 서울 강남구 일원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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