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우동 한 그릇 - 월간 '좋은생각(2001년 10월)' 에서 발췌.
닷새 동안의 휴가가 끝나고 복귀하는 길, 지하철을 타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죄송하지만예, 이 주소로 가려면 우예 가믄 됩니꺼? 부대 마크를 보니 친구놈이랑 가까운데 계시는가 본데..\" 그가 내민 건 '군사우편' 도장이 찍힌 편지봉투였다. 하지만 이등병인 나로서는 주소만으로는 통 알 수 없었기에, 상봉터미널에 도착해 같이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을 현재 ROTC 3학년이라고 소개하면서 내게 군대생활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힘들지만 보람도 있다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려주었고, 당시 존경하는 중대장님 이야기를 하며 그 분처럼 훌륭한 장교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터미널에는 다행히 그 부대로 가는 버스편이 있었고, 나도 함께 표를 끊고 차를 기다렸다. 시계를 보니 11시, 버스가 출발하면 점심을 굶어야 할 것 같아 나는 주머니 돈을 모두 털어 우동 두 그릇을 샀다. 차시간이 다 되어 헤어질 때쯤 그가 갑자기 우리 부대 주소를 물어 왔다. 그리고는 자기 주소와 전화번호를 주면서 꼭 연락 달라고 했다.
그 일이 있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실 저는 그날 군대 간 친구를 만난 뒤 죽으려고 수면제까지 준비해 가던 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가정파탄, 연인과의 이별, 잦은 구타와 기합으로 힘겨운 학교생활 등 참 힘들었지요.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있는 돈 모두를 내 사 주는 우동을 먹고 있으려니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더군요. 그렇게 죽을 마음을 버렸습니다. 장교가 될 자격은 잃었지만 이제 곧 저도 이등병이 됩니다. 같이 만나서 그날 일을 이야기하며 우동 한 그릇 먹을 날이 있었으면 합니다.\"
김영국 님 / 경북 구미시 공단동
- 우동 한 그릇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Young-pu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