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칼국수집에서 - 월간 '좋은생각(2001년 10월)' 에서 발췌.
얼마 전 인천에서 친구와 함께 해물칼국수 맛이 소문난 집을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자리에 앉고 얼마 안있어 할머니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들어오셨습니다. 한 분은 중풍을 맞았는지 입이 돌아가 말도 잘 하지 못하셨고 옆에서 부축하고 있는 또 한 분은 퍽 세련된 할머니였습니다.
두 분 사이에 오가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두 분은 친구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그 칼국수집 된장찌개를 그렇게 좋아하신답니다. 하지만 간호해 주는 이 없이 혼자 사셔서 변변히 외출도 못하는 형편이셨지요. 그런 할머니를 친구분이 모시고 밖으로 나들이를 나오셨던 겁니다. 곡 식당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으러 오자 세련된 할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내 친구가 이 집 된장찌개를 아주 좋아해서 멀리까지 데리고 왔다우. 친구가 두부를 좋아하니까 두부 좀 듬뿍 넣어 주시구랴.\" 그리고는 식사가 나오자 할머니는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친구의 목에 두르고 한 입 한 입 떠 먹여 주셨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모릅니다.
식당아주머니에게 나중에 들으니 자식들이 객지로 일 찾아 떠나면서 할머니를 모셔 가려 했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혼자 남으셨고, 서둘러 떠난 자식들 대신 친구분이 혼자 지낼 방도 알아봐 주고, 이사도 손수 해 주셨다고 합니다. 얼마나 사이 좋은 친구들입니까? 여러분도 이런 친구 있으세요? 이런 친구가 있으면 참 든든하겠습니다. 여자들은 시집가면 남편 자식 때문에 친구들을 못 만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멀어진다고 하지만 모든 게 마음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할머니들처럼 말이지요. 세월도 거리도 마음만 있으면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박미선 님 / 경남 진주시 상대동
- 세상 모든 것이.. 다 마음 먹기 나름인가보다.. 마음만 있으면.. Young-pu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