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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나쁜 역은 다 싫어하는 영화배우

젊은순수     날짜 : 2001년 09월 26일 (수) 11:03:10 오전     조회 : 771      

[좋은생각] 나쁜 역은 다 싫어하는 영화배우 - 월간 '좋은생각(2001년 09월)' 에서 발췌.


정지영 감독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원로다. 그는 대작 <남부군>을 통해 우리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게도 했다. 또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장인 모델도 제시했다.

그의 삶은 화려한 명성과는 반대인 것 같았다. 몇 년 전 추운 겨울, 피카디리 극장 뒷골목의 포장마차에서 그와 처음 만났다. 그는 영화 시사회를 마치고 스태프들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와의 만남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그는 자신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타입이었다. 주위 말로는 좌절을 겪으며 호구지책으로 변두리에서 조그만 통닭집도 운영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사랑했고 그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았다. 가난과 함께하면서도 그는 영화감독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산다. 얼마 전 그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나는 말이에요. 영화를 찍고 있는 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오랜 공백을 깨고 그는 지금 시나리오 작업에 한창이었다. 행복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정열을 쏟는 것이다. 그는 한창때 청년 같은 혈기 좋은 얼굴이었다.

\"우리 아들도 영화감독 지망생인데 부자간 배우가 된 사람은 많아도 감독은 아직 없을 걸요?\"

그는 아들 얘기를 하며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는 스타보다는 무명배우를 많이 썼다. 그래서 화려한 캐스팅을 요구하는 제작자와 종종 의견이 엇갈렸다. 그가 배우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다.

\"영화 <하얀 전쟁>을 찍을 때 열다섯 명의 소대원을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따라가는 스태프까지 포함해서 오십 명 정도가 이동하면서 촬영했는데 그때 제가 소대원으로 분한 열다섯 명에게 숙제를 내줬어요. 각자 고향에서나 군대 오기 전 직업 같은 캐릭터를 스스로 정해서 연기해 보라는 거였지요.\"

배우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창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잠깐 나오는 단역인데도 모두들 좋은 역할만 하려는 거예요. 소대원이 움직이면 그 중에 바보도 있어야 하고 싹수 없는 역할도 있어야 하는데 다들 그런 역은 피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 사람 지정해서 바보 역을 하라고 했더니 싫어하더라구요.\"

이해가 되었다. 예술로서 연기를 이해하지 않으면 수많은 관중 앞에서 누가 바보가 되고 싶고 악질 역을 희망할 것인가. 문득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내가 주인공이다. 다른 사람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사라질 수 있어도 나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게 우리 모두가 각질같이 뒤집어쓰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말이에요. 한 친구가 싹수 없는 연기를 자청하고 나섰어요.\"

그가 기억을 떠올리며 아직도 대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탤런트 허준호 씨가 무명 때였는데 그 사람만이 얌체 역을 열심히 해내는 거예요. 다른 동료들 모르게 창고에서 군용 식량을 훔치고,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을 사서 모으고, 귀국할 때 남들 몇 배 수입을 챙기는 역을 기막히게 해냈어요.\"

남들이 싫어하는 것, 그리고 보잘것없는 역을 자청해서 열심히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삶도 마찬가지다. 시시하다고 해서 기피하는 일이 너무 많다. 정 감독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에요. 촬영을 끝내고 편집을 하는데 사정상 허준호 씨가 열심히 연기한 장면을 잘라 내게 됐어요.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실망스럽겠어요.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음에 영화를 찍을 일이 있으면 꼭 좋은 역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죠. 그런데도 그 친구는 내색을 하지 않고 덤덤하더라구요. 괜찮은 사람인 거예요. 내가 가슴속에 그 일을 꼭 새겨 뒀는데 허준호 그 사람이 워낙 성실하니까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얼마 안 있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막 뜨더라구요.\"

사람들은 어떤 일은 작다고 못 한다, 또 어떤 일은 보잘것없다고 안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작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골라 열심히 한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큰 경우가 많다.

뒤늦게 연기자로 새출발한 최용민 씨도 성공한 연기자다. 그는 요즈음 어느 드라마에서나 감초처럼 구수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 마흔 무렵 사업이 부도나자 그는 연극을 하고 싶었다. 사실 대학 때부터 연기가 희망이었다. 그는 대학로 연극가에서 잠시 주어지는 단역들을 감사히 소중하게 맡았다. 주인공은 넘쳐나도 연극을 은은히 빛내는 나이 먹은 단역은 귀했다. 이 무대 저 무대로 불려 다니던 그는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입성했다. 한번은 그가 내게 이렇게 성공 비결을 알려주었다.

\"주인공 옆에서 음식을 먹는 단역을 맡았을 때 대개 카메라가 자기를 지나가면 금세 긴장을 풀고 다른 짓들을 하는 거야. 나는 카메라가 지나가도 감정을 풀지 않고 그대로 나 혼자 연기를 계속했어. 그렇게 하다 보니까 고정출연도 하게 되고 베스트극장에서 주인공 역할도 맡게 됐지. 허허...\"

무슨 일이라도 좋다. 자기가 좋아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자기 점포에 있을 때, 연기자는 무대에 설 때, 선생님은 교단에서 가를칠 때 그들 모두는 성공한 사람인 것이다.


(좋은생각 中, 엄상익 칼럼에서 발췌.)


- 정말, 열심히.. 성실히..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살아야 겠다.. Young-pur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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