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우리 땅을 밟는 것은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데 훌륭한 약이 된다. 내게는 무려 27개의 칫솔이 있다. 왜 그렇게 칫솔이 많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적어도 스물일곱 명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소\" 라고. 처음에는 칫솔을 갖고 다녔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전국 스물일곱 군데에 내 칫솔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나가면 나는 주로 친구나 친척들 집에 머물곤 하는데, 피로를 안고 그들을 찾아가면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칫솔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작은 배려가 사람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모른다.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칫솔에 이름 석 자를 적어 놓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누이가 바로 그런 사랑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누이의 집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비록 집은 좁고 불편하지만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집안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누이의 집 욕실 칫솔통에는 40여 개의 칫솔이 있다. 그것들을 다섯 가지로 분류해 제각기 분류명을 붙여 놓았고, 칫솔마다 이름이 적혀 있다. 그뿐이 아니다. 손님들을 위해 속옷, 양말, 간편한 실내복 등을 늘 갖추어 놓는다. 그 가운데는 내 이름이 적힌 서랍도 있다.
이 모든 일이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욕심만 늘어가는 자신을 다스리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이렇게 작고 소박한 사랑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오늘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칫솔을 준비해 그들을 생각하며 이름을 적어 보자. 그리고 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칫솔이 몇 개일까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