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했다.
이들이 결혼해 살게 된 집은 달동네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샐 것 같았지만 이들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여름, 이 허름한 집에도 장마가 찾아들었다.
남편은 장마에 대비해 지붕을 대충 손보긴 했지만 워낙 낡은 집이라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 나간 사이에 세찬 비가 한참 퍼붓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쩔 줄 몰라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집에 있는 아내가 걱정이 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집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은 아내는 비를 맞으며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내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세숫대야, 냄비, 밥그릇 등을 들고 들어와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았다.
잠시 후 아내는 비가 새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예쁜 꽃편지지에
남편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여느 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
아내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남편을 맞이하면서 분홍 편지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여보,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우리가 연애 시절에 즐겨 듣던
쇼팽의 빗방울 연주곡을 감상하는 기분이었어요.
자, 들어보세요. 그 첫 부분이 꼭 이렇지 않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제서야 남편의 귀에도 각기 크기와 모양이 다른 그릇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를 꼬옥 안아 주는 남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