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드시던 커피잔에 오랜만에 커피를 타 마신다. 아버지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셨다. 밥상을 물린 뒤 한 번도 커피를 거르지 않으셨을 만큼.
그런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평소 건강했던 분이 그날 새벽 논에 나갔다가 그대로 논둑에 쓰러져 거짓말처럼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 아버지는 내게 전화를 걸어 “막내냐? 보고 싶다. 언제 내려오냐?” 물으셨다. 그때 난 아무 생각 없이 “다음에 갈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게 아버지와 마지막 대화였다. 장례 날, 조용히 잠든 아버지의 얼굴을 지그시 내려다보니 평소엔 몰랐는데 참 많이도 말라 있었다. 주르륵, 눈물만 흘렀다.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서인지 엄마와 나는 아직도 가끔 착각을 한다. 대문 밖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아빠 왔나?” 하고 대문쪽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나는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얼른 치우고 아빠 커피 타야지’ 생각하다 깜짝 놀라기도 여러 번이다. 내가 왜 이러지, 하다가도 이젠 아버지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에 슬퍼지면 어김없이 아버지의 산소를 찾는다. 오늘도 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 요 며칠 내린 비에 잔디가 새파랗게 올라 있었다. 아빠가 좋아하시던 따뜻한 커피 몇 잔 부어 드리고 담배 몇 개를 피워 봉곳한 무덤 위에 놓아 드렸다.
“나 시집갈 때 손 한 번만 잡아 주고 가시지. 뭐가 그리 급하셨어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에 그저 눈물만 흘렀다.
김미화 님 / 충남 보령시 미산면
-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열심히 효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Young-pu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