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아이스크림에 쓴 글씨 - 월간 '좋은생각(2001년 09월)' 에서 발췌.
지금은 먹을 것이 풍족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간식거리가 참 빈약해 우리 삼남매는 먹을 걸 두고 서로 많이 먹으려고 곧잘 싸웠다.
하루는 엄마가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사 오셨는데, 우리 삼남매는 싸움 끝에 내일 학교 갔다와서 먹기로 굳게 약속하고는 냉동실에 넣어 두고 잠을 잤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머릿속은 온통 아이스크림 생각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면서도 우리 삼남매는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집에 일찍 와서 내가 아이스크림 다 먹어야지.' 나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수업은 뒷전이었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막 뛰어서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 내가 가장 빨랐다.
그리고 언니와 동생이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으려고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숟가락을 찾아 들고는 아이스크림 통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여는 순간, 나는 차마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이스크림에 이런 글씨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 다 먹지 마.\" 초등학교 2학년이던 동생이 언니나 내가 일찍 와서 먹을까 봐 밤에 자다 말고 나와 이쑤시개로 콕콕 글씨를 써 놓은 것이다.
그날 저녁, 우리 삼남매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막내의 간절한 마음이 새겨져 있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그때 그 아이스크림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조혜진 님 / 경기도 김포시 운양 5동
- 좋은생각 '웃음이 있는 두 마당'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 글을 타이핑하며 남동생이 밤에 아이스크림에 글씨를 새기는 장면을 생각하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저희 집도 삼남매인데 먹는 걸 가지고 싸운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늘 싸우지 않도록 각자의 것을 준비해 주셨거든요. 단, 늘 대/중/소 를 구분해서.. ^^ ... Young-pur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