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새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꿇음이다.
그러나 잠시도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안 되는 나여.
나희덕[부패의 힘]
02.15
정말 공감이 많이 가는 글^^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다.
썩던,안썩던...무엇이든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