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씩 후유증이 남는 큰 사기에서부터 아주 작은 사소한 속임수까지
우리는 가끔 남에게 속아서 금전적인 피해를 입는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모르는 척하는 것과는 다르게, 금전적인 피해가 오는 사기를 당한다.
어떤 사람은 더 많이 속고, 어떤 사람은 크게 속지 않는다.
그럼, 어떤 사람이 남에게 더 잘 속을까? 어떤 사람이 더 많이 사기를 당할까?
어리버리하고, 똑 부러지지 못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마음씨가 너무 좋은
사람들일까? 사람들마다 다양한 경험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사기를
잘 당하는 사람이 있고 사기를 잘 당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먼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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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귀머거리 청년
한 손님이 복잡한 남대문 시장의 한 옷 가게 앞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가게는 안으로 길쭉하게 생겼고, 한 청년이 손님들이 옷 고르는 것을
친절하게 돕고 있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가게 안쪽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 손님이 옷을 고르며 묻는다.
<이 옷은 얼마죠?>
<네? 뭐라고 하셨죠? 혹시 가격을 물으셨나요? 제가 잘 안 들려서요>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청년은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인다.
손님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청년은 안쪽의 사장님을 향해 소리친다.
<사장님, 이 옷 손님께 얼마에 드릴까요?>
<8만 4천원에 드려. 세일이야>
<얼마라고요>
<8만 4천원, 8만 4천원 >
사장은 멀리 손님의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곤 바로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청년은 귀가 나빠서 잘 못 듣는 것 같았고,
사장은 장부를 정리하느라 매우 바쁜 것 같았다.
<4만 8천원인데요, 사장님도 세일 가격으로 드리라고 하시니까,
<br/>제가 4만 5천원에 드릴께요. 제가 특별히 드리는 거에요>
청년은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청년은 매우 순진하다 못해 약간은 모자라
보였다. 손님은 두 번 묻지 않고 바로 현금으로 4만 5천원을 지불하고 빠른
걸음으로 옷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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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은 남에게 속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1의
진실은 이렇다. 옷 가계의 청년과 주인은 서로 미리 짜고 4만 8천원짜리
옷을 8만 4천원이라고 부른 거다. 어쩌면 4만원짜리 옷을 그렇게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또 한명의 주인공인 손님을 보자.
당신은 그에게서 사기를 당하는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기를 가장 많이 당하는 사람은, 남에게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이
다. 그리고, 무엇이든 공짜로 얻으려고 하고, 부당한 이익을 바라고, 정당한
노력의 대가보다는 편법으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남에게 쉽게
사기를 당한다. 마치 자신이 아주 운 좋게 비싼 옷을 싸게 샀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1의 손님처럼 말이다.
나도 최근에 큰 사기를 아니지만, 남에게 속은 일이 있다. 얼마 전 친구의
사무실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 냉동 트럭을 운전하던 어떤 사람이 길을
물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대답을 해주려고 했는데, 그는 길을 묻지
않고 나에게 생선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 사람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신들은 대형 마트에 생선 선물세트를 공급하는데, 트럭으로 물건이
들어가다 보면 거의 매번 조기와 옥돔 같은 고급 생선이 몇 박스가 남는다.
이것을 회사에 가져가면 매니저가 개인적으로 가져가서 혼자서 처분한다.
자신들의 트럭에 현재 시중가격으로 약 300만원 어치의 선물세트가 있는데,
회사에 가져가면 또 매니저가 혼자만 챙길 거다. 그걸 생각하면 너무 약이
오른다. 그래서 이걸 싼 값에라도 처분하고 싶다. 자신의 소박한 바람은
같이 일하는 직원들하고 소주에 삼겹살로 저녁이라도 먹고 싶다.
나는 300만원 어치의 고급 생선 선물세트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들께
드리고 선물할 걸 생각해서 20만원을 주고 생선 선물세트를 샀다. 하지만,
그 생선 선물세트 때문에 나는 집에서 부인에게 쫓겨났다. 그리고, 나중에
부모님께서는 생선이 그렇게 고급 생선은 아니라는 감정 평을 하셨다.
품질로 봐서는 20만원이 아니라 10만원도 아까운 가격이라는 거다.
그리고, 정작 정말로 열 받았던 건 뉴스를 보면서 였다. 최근 뉴스에 먹지
못할 생선을 유통시킨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왠지 내가 샀던 생선이 혹시
유통하지 못할 녀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반품처리
되어서 쓰레기장으로 가야 하는 걸 내가 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나도 이야기 1의 주인공처럼 부당하게 어떤 이익을 바라다가 속은 거다.
우리는 가끔 부당하게 어떤 이익을 얻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더
나가서 남을 속이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려 하는,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큰 손해가
된다.
가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기만 하면 손해를 본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과 남을 속이는 것은 다른 거다. 오히려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려고 할 때, 나에게 더 큰 손해가 올 수 있다.
정당하게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편법을 쓰고 비열한 방법을
쓰는 거다. 융통성이나 변칙과 비열한 편법은 다른 거다. 거짓말이나 거짓된
행동에 의지하고 남을 속이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벌써 자신감이
없는 거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거다. 우리는 좀 더 당당해지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몫이 아닌 것을 바라는 치졸함(치사하고 졸렬함)을 버리자.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잘못된 인식 또한 버리자. 거짓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을 계속 만든다. 그래서 처음부터 거짓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해보면 어떨까? 가령, 당신이 약속 장소에 지각을 했다고 해보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오늘따라 차가 너무 막혀서>
그런 사소한 경우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거다.
<미안, 시간을 모르고 있다가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이게 더 인간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이다.
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