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었다지만, 요즘에는 돈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한다. 씁쓸한 얘기이지만, 명백한 현실이다.
그 때문인지 연애의 낭만은 점점 사라진다.
그나마 대학생일때까지는 돈이 없어도 외모나 성격만
가지고서도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돈이
없고서는 여자친구 하나 사귀기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대학생일때
부터도 오로지 돈이 가장 최고의 판단기준이라는 여자들이 많아지다보니,
그나마 유일하게 용기가 통하던 공간인 대학 캠퍼스에서도 용기만 가지고서는
도저히 미인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대학 1학년
정도라면 모를까, 2학년만 넘어서도 금새 세상 물정에 눈이 밝아져서인지
용기보다는 돈과 능력을 더 우선시 하게 된다.
더이상 용기만 가지고 미인을 얻을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물론 나이트클럽에서
하룻밤 상대를 얻는 것에서는 여전히 통할 수 있는 얘기다. 물론 그곳에서
도 용기보다는 돈의 위력이 훨씬 강하지만! 하룻밤 상대라면 용기만 가지고
서도 미인을 유혹할 수 있다. 그러나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결혼도 혼테크라 불리면서 돈많은 상대를 찾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이 결혼정보업체에 넘친다. 부자되는 세가지 방법 중에 한가지가
부자?결혼하는 것이라고 했다. 돈많은 남자 옆에 있는 여자치고 미인이
아닌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래서
'미인을 얻고 싶으면 젊어서 돈을 많이 벌어놓아라' 는 얘기가 설득력 있는
얘기가 되나보다.
그나마 돈없고 힘없는 사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용기를
꼽았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더욱더 심해져서
돈없고 힘없는 사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지는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용기만 가지고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가? 그리고
이것은 지극히 남성적인 발상이자, 구세대적 발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남자들이 가진 남성성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항목이 바로 용기와 힘이
아닌가? 물론 여기서의 힘은 육체적 힘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 남자들의
내세우는 힘은 육체적 힘보다 돈이 가진 물질적 힘이 우선이다.
육체적 힘이 되었건, 물질적 힘이 되었건 둘다 여자를 차지하는데 있어서
외형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어설픈 진심을 용기나 힘으로 포장하여 미인을
얻는다는 것은 지극히 남성적 사고일 수밖에 없다. 남자가 자신의 힘과 용기를
과시하며 여자를 휘어잡는다는 발상 그 자체만으로도 남성적 오해가 물씬
풍긴다. 자칫 이런 용기를 과신하고 계속 덤벼들다보면 스토커나 미친놈 소리
듣기 십상이다.
물론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대신 그러기 위해선
조건이 하나 있다. 미인을 얻으려는 당사자가 돈이 좀 많거나 미남이어야
한단 사실이다. 용기도 돈과 외모가 받쳐줄때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시대인 것이다. 용기보다는 외모가 우선하고, 외모보다는 돈이 우선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사실 돈있으면 외모도 어느정도 커버된다. 옷을 통해서도
외모가 커버되고, 적당한 의료행위를 통해서도 커버가 된다. 그렇다면 결국
'용기 > 외모 = 돈' 이란 공식이 성립하는건가?
요즘에 미인을 보며 용기만 가지고 다가갈 남자는 별로 없다. 그리고 남자가
용기를 부려도, 그 용기를 받아줄 여자도 별로 없다. 용기를 내세우며 호기있게
여자에게 커피한잔을 외쳤던 용기는 이미 옛날 얘기다. 번듯한 차라도 끌고다니지
않으면, 번듯한 옷으로 치장하지 않으면 용기도 부릴 기회가 없다.
돈없는 사람들에겐 점점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돈있는 사람들에겐
점점 살기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물질만능은 물질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 속담도 바꿔야 한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에서
'돈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