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과학자’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고교시절 성적이 화제다.
고교에 들어가 처음 치른 중간고사에서 전교생 480명 가운데 400등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누리꾼(네티즌)들은 만약 황 교수가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다면 그 정도의 형편없는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세계적인 생명공학자도 나오지 못할 거라고
꼬집는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명문대에
가기 힘든 ‘내신 입시’를 비웃는 것이다.
▷황 교수는 엘리트 교육의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하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지만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그는 명문고에 진학해 부진한
첫 성적표를 받고 크게 놀랐을 것이다. 이를 자극제로 삼아 공부에
몰두한 그는 고교 졸업반 때는 전교 상위 10% 안에 들었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비슷한 실력의 동급생들은 좋은 경쟁 상대가 되어
주었다. 가난한 수재가 좌절하지 않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그에게 제공됐던 것이다.
▷황 교수의 학창시절에서 돋보이는 것은 특유의 소신이다. 의대에 가라는
권유를 마다하고 수의대를 택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다중(多重)지능을 강조하는 학자다. 그에 따르면 다중지능은
인간친화(親和) 지능, 자연친화 지능, 논리수학 지능 등 8가지로 분류된다.
인간친화에 뛰어난 사람은 정치가, 자연친화적인 사람은 생물학자가
어울린다. 황 교수는 자연친화 지능이 탁월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길을 고른 데서 그의 성공은 예정되어 있었다.
▷그의 집념이 결실을 보게 되면 천문학적인 국익을 창출할 것이다.
한국이 앞선 정보기술(IT)과 황 교수 주도의 생명공학기술(BT)이 결합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올 거라는 전망이다. 평등주의 교육을 중시하고
규제 위주의 획일적 교육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는 황 교수의 쾌거에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제2, 제3의 황우석이 나올 만한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