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진의 뮤지컬 ‘시집가는 날’이 생각난다.
맹 진사 댁 딸의 혼사(婚事)에 얽힌 얘기다.
이 뮤지컬에 주인공 못지않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삼돌이’다.
맹 진사 내외와 딸 갑분이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이 집의 머슴이다. ‘삼돌이’는 갑분이가
김 판서 댁에 시집가게 됐다는 소식에
덩실덩실 춤춘다. 하지만 곧 신랑감이 변변치
못하다는 소문을 듣고는
“아이고, 우리 아씨 망했구나”라며 대성통곡을 한다.
▷우리의 옛 생활을 그린 소설이나 영화,
뮤지컬에는 ‘삼돌이’가 많다. 주인마님을
떠받들며 그 품 안에서 평화롭게 사는
남정네를 지칭한다.
얼마 전 나온 ‘마님 되는 법’이란 책의 키워드도 ‘삼돌이’다.
여성이 남성을 다스리며 사는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우선 좋은 삼돌이를 골라야 한다. 인물은 못생겨도 괜찮지만
거짓말하거나 너무 효자인 삼돌이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미혼여성 345명에게 미래 남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51%가 ‘삼돌이형’을 꼽았다고 한다. 높은 연봉이나
좋은 집안보다 집안일을 분담하는 등 외조(外助)를 잘해주는
부담 없는 남자가 더 좋다는 것이다. 미혼 남성 407명 중 34%는
기꺼이 그런 삼돌이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성공한 여성이 늘어난 데다 그만큼 성(性)역할 구분도
모호해진 탓일 게다.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 평생을 대감처럼 받들고 살기보다
조건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삼돌이 같은 사람을 만나 마님처럼
살고 싶다”는 한 미혼여성의 말이 재미있다. 하기야 대감 같은
사람을 만나 삼돌이로 훈련시켜 살 수 있다면 그 편이 나을 듯도 싶다.
‘조강지처(糟糠之妻)’란 말이 있다.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남편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는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강지부(糟糠之夫)’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시집가는 날’은 일명(一名) ‘삼돌이를 만나는 날’이고.
(동아일보 송영언 논설위원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