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게 너무도 쉽게 변한다.
퇴근길 붉게 물든 노을도 너무도 짧게 사라진다.
감상이란, 젖어있는 만큼의 여유도 그 무언가의 바쁨 때문인지...
오랜만에 어린시절 살던 곳에 갔다.
10년도 넘게... 정말 오랜만에 간 그곳에는 내 기억 그 어느것도
겹치지 않았다.
내 살던 곳도 정확히 모르겠고... 친구들의 뛰어 놀던 곳도
너무 비좁게 느껴질뿐...
저마다 추억이 어려있을 곳엔, 삭막한 벽만 있을 뿐...
다시 돌아 오리라... 결심하고 떠난 곳인데...
그곳에 있던 친구의 모습들도... 내 어린시절 풍만했던 느낌도...
어쩌면 많이 희석되고... 기억을 부풀리기만 했던 내게...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만약 보통의 인생이 80년이라면...
자신의 가치가 정립하는 시간은 매우 짧은 한순간일 뿐일지라...
결국 아무도 건진건 없었다.
훗날 나의 딸이 태어난다면..
시골같은 곳에서 그의 어린시절을 보낼 것이다.
나처럼 삭막한 벽과.. 쉼없이 달리는 차들 가운데에...
추억을 찾으러 오는 그런 쓸쓸한 뒷모습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