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에 우연히 창고 정리를 하다가
사촌남동생의 6학년 때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됐어요.
지금 고2니깐,
정확히 5년 전의 일기장이네요.
5년이라고 하니깐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것 같지만...
그 녀석의 키가 훌쩍 자란 것 만큼이나,
녀석의 한 손이 내 얼굴을 다 가릴 만큼 커진 만큼이나,
심적으로 많이 자란 아이라서...
참 기분이 남다르더라구요.
솔직히 그때만 하더라도-그러니깐 녀석이 초등하교 시절-초등학생들
참 순수하고 착했던 것 같아요.
아, 아무튼 괜스레 흐믓한 마음이 들고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먼지가 쌓인 일기장 표지를 털어내고,
제 방으로 가져와 읽어 보았습니다.
이미 한참이나 지난 일기였지만,
읽으려니깐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삐뚤삐뚤한 글씨와 간혹 맞춤법이 틀린 것이 있는
너무나 정겨운 일기장.
내용은 비슷비슷했어요.
친구들과 공놀이를 한 것, 게임, 맛있는 걸 먹은 것, 감기에 걸린 것 같은….
그런데 유달리 녀석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그것은 일기장 내용은 아니구요.
우리가 일기장을 쓰면 형식으로 쓰는 날씨가 워낙 특이해서.
그중 특히 재밌는 몇 가지를 올려봅니다.
<10월 2일 월요일>
날씨 : 밤처럼 어두운 날씨에 뭐가 나올 것 같고 비가 왔다.
<10월 4일 수요일>
날씨 : 빨래 ok 나들이 ok.
오늘은 빨래가 엄청 잘 마를 날씨다.
<10월 11일 수요일>
날씨 : 아, 요즘에는 비도 않 온다.
나는 비를 무척 싫어 하지만 요즘에는 계속 비가 오지 않아서 싫다.
<10월 13일 금요일>
날씨 : 해가 비쳤다.
나는 거의 맨날 날씨가 변하지 않아서 따분해서 심심히다.
<10월 17일 화요일>
날씨 :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그리고 낮에 비가 내렸다.
내가 바라던 바로 비가 와서 좋았다.
<10월 25일 수요일>
날씨 : 해가 하늘에서 이동하며 구름속을 가르고 있었다.
오늘은 맑았다.
<10월 26일 목요일>
날씨 : 하늘에 구름이 해를 가리고 해는 얼굴을 내밀려고 노력함.
<11월 8일 수요일>
날씨 : 아침에 옷을 두텁게 입고 나왔는데 많이 쌀쌀해요.
겨울이 벌써...!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숙제식으로 매일 꼬박꼬박 일기를 적었는데.
그 많던 일기장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당신의 일기장 속 날씨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