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동시에 학교 사람들끼리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는 여행.
학과 남자 6명이 가기로 했다.
28일 새벽에 여행이 시작되었다.
후배 한 명과 학교 앞 당구장에서 당구도 좀 치고 축구도 보고 놀다가 씻고 첫차를 기다려서 타고 고속터미널로 이동했다.
나머지 일행도 거의 잠못이루고 고속터미널로 집합.
설레이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3시간을 달려서 강릉에 도착했고 우리는 용달로 보낸 자전거를 찾았다.
찾자마자 달렸다. 일단 정동진을 향해 달렸다. 솔직히 정동진을 가본적이 없다. (왜 안가봤지;;ㅠ) 그 유명한 선크루즈가 보였다. 그런데 그 언덕.. 너무 심했다. 초반에 만난 강적.
힘 좋은 선배 하나 제외하고 다 질질 끌고 올라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들..ㅠ 강원도에 있는 내내 그랬다.
그렇긴 하지만 경치는 끝내줬다. 우리가 7번 국도를 타고 달렸는데 계속해서 왼쪽으로 보이는 동해 바다...
해수욕장들도 아직 개장하기 일주일 정도 전이어서 사람도 없고 너무 멋졌다. 질릴 정도로 바다를 봤다고 할까나.
밥은 코펠을 들고 다니면서 해먹었다. 다들 자기 쌀과 음식을 먼저 해치울라고 경쟁이 치열했다.
밥을 해먹기는 학교가 제일 만만했다. 강원도 몇 몇 학교를 들어갔는데 서울 아이들과 정말 다른 느낌. 얘들 있는 데 가서 공도 같이 차고 놀기도 하고..재밌었다.
해수욕장에서도 한 번 밥 해먹었다. 메뉴는 거의 카레, 짜장, 이런거.
김치찌게도 한 번 해먹었다. 처음에는 밥이 진짜 날아다니게 만들어졌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밥짓는 실력도 점점 좋아졌다.
첫 날 도착한 곳은 삼척. 꽤 큰 도시였다. 산 넘고 넘어서 첫 날부터 지쳐버린 우리는 여장을 풀고 쉴 곳을 찾았다. 둘째 날이 꽤 힘든 코스여서 아싸리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두번째 날,
이 날은 그 힘들다는 삼척-울진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였다.
첫 날 지나온 산들이 6배가 모여있다는 난코스였다. 일단 달렸다.
본격적인 강원도로 들어가면서 학교를 찾기는 좀 힘들었다.
학교 다음으로 만만한 곳이 주유소였다. 우리야 뭐 자리와 물 구하기 쉬운 곳이면 오케이였으니까.
생각해보면 여행 내내 주유소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했다.
물 얻어가느냐고 들어가면 물도 공짜로 많이 주고, 자판기에서 율무차도 뽑아먹게 해주고
길도 설명해주시는 분도 있었다. 우리끼리 나중에 여행 끝나고도 목마르면 자연스럽게 주유소 들어가서 얻어 먹게 되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왔다.
삼척-울진 코스가 두려운 것도 두려운 것이였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내려가는 데 있어서 빠르게 이동해야했기 때문에 우리는 잠깐 버스를 탔다. 덕분에 힘든 구간을 지나쳐 버려서 우리는 미친듯이 달려서 평해라는 지역까지 도착했다. 밥을 먼저 해먹었는데 잘 곳을 구하지 못해서 교회를 찾았는데 목사님이 안계셨다.. 기다리다 못해서 우리는 차라리 밤에 좀더 달리자는 결정을 내리고 영덕까지 달렸다. 나를 포함한 두 대의 자전거에는 불도 달리지 않아서 꽤 무서웠다. 옆에서 대형 화물차가 지나갈 때는 어찌나 무섭던지. 밤과 낮은 정말 확실히 긴장감이 달랐다. 영덕에 도착해서 여관을 잡고 쉬었다.
세번째 날,
우리는 더 무리해서 가야만 했다.
이 날 울산에 도착해야만 바베큐를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선배네 집에서 하루를 쉴 수가 있었다. 일요일에 배가 뜨지 않는 관계로 빠르게 이동해야 울산에서 좀 놀다갈 수 있었다.
오로지 바베큐를 생각하며 힘을 내서 달렸다. 우리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오랜만에 배에 기름칠 좀 하고 쉴 수 있었다.
다음날 부산까지 가는 길은 괜찮았다. 비가 좀 왔지만 길이 괜찮았던 것 같다. 복잡한 시내를 통과하기 싫어서 부산 지하철을 이용해서 항구에 도착했다.
7시 배로 출발했고 11시간이나 걸려서 제주도에 도착했다.
다섯번 째 날,
배에서 고스톱 좀 치고 좀 자고 축구 보다보니까 6시에 제주도가 눈 앞에 떡하니 들어왔다.
우리는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제주도를 들어갔다.
그러나 이곳의 언덕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많고 힘들었다.
제주도는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잘 되어있었다. 우리 여행중에 자전거 여행팀을 만나기는 참 힘들었는데 제주도에서는 꽤나 많았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제주도는 원래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 되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어쩐지 사람들이 다 반대쪽에서 오더라니..-_-;
이 날 한 1/3을 돌아간 듯.. 성산봉 있는 동네에 도착해서 후배가 아는 아저씨 댁에 머물렀다. 밤에 몇 명은 나와서 회도 먹고 제주도 술이라는 '한라산'도 먹어봤다.
여섯번 째 날,
선배 형이 한 분 더 합류했다.
천기 형은 비행기를 타고 오셔서 자전거를 렌트해서 함께 했다.
엄청 오르막길.. 도깨비도로마저도 반대로 가는 우리를 당황케 했다.
"이제 내리막길이예요!"하고 신나게 달리려는데 아무도 앞으로 안나가지는 황당한 상황.
앞에 있던 한 명이 뒤로 돌자 '쉭'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가는 놀라운 현상 ㅋㅋㅋ
진짜 생고생을 해서 우리는 금강산 콘도에 도착했다. 고기 사들고 완전 신나게 밤새 고기 구워 먹고 놀았다.
일곱째 날,
비가 와서 콘도에서 영화만 작신 봤다. 자고 먹고 영화보고 축구보고..
여덟째 날,
오후에 좀 개어서 시내에 나가서 놀았다.
한림공원인가 뭔가 좋아보였는데 유료여서 안들어갔다 ㅋㅋㅋ
고기를 워낙 많이 사놔서 고기 먹고 또 고기 먹었다. 구워먹고 삶아먹고. 진짜 ㅋㅋ
아홉째 날,
제주도 한 바퀴 도는 데 성공. 배를 타고 목포로 나왔다.
물론 천기 형은 비행기 타고 바이바이~
목포까지는 5시간 정도 걸렸다. 고스톱 치고 원카드, 훌라하고 오락 좀 하다보니 도착.
목포에 또 다른 선배네 집에 신세 지려고 연락했는데 형이 계절학기라 집에 안계셨다.
그런데 형이 집에 연락해서 부모님이 나오셨다.
우리는 당연히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숙소에 짐풀러 가자고 해서 모텔인가 했더니
무궁화 4개짜리 호텔; 스위트룸 2개를 잡아주셔서 완전 부담스러웠다. 나와서 회도 사주시고.. 부담부담;
덕분에 다음날 우리는 달리는데 힘겨웠다. 역시 사람이 편해지면 안되..ㅋ
열흘 째,
또 다른 선배가 합류. 다시 7명이 되었다. 비교적 편한 길로 열심히 올라왔다. 영광까지 올라와서 찜질방에서 잤다. 무슨 찜질방이 우리 학교 앞에 있는 것보다 안좋을까나..ㅠㅠ
열 하루 째,
익산까지 올라왔다.
익산에 올라오고 나니 우리가 지나온 고창, 부안 쪽이 완전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깜짝 놀랬다. -_-태풍 무셔..
열 두번째 날,
돈도 다들 떨어지고 자전거 상태도 완전 다 맛이 갔고, 기상의 문제도 있어서
우리는 긴급 회의를 했다.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다.
정말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길을 택했다.
서울 도착.
진짜 기분 좋다. 마음에 평화가 온 것 같다.
아 그리고 여행중에 만난 여행 팀 중 인상 깊었던 사람들은 오토바이 팀, 도보 팀, 자전거 팀 몇몇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마주친 자전거 팀은 걱정스럽다. 우리가 올라올 때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진짜 물바다 된 고창쪽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왠지..고생했을 듯.
다음부터는 좀 메모를 해가면서 여행을 해야겠다. 여행이 길어지니까 조금씩 헷갈리는 것 같다. ㅋㅋ// 어쨌든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여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