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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방콕
baloo
날짜 : 2001년 02월 25일 (일) 11:00:53 오후
조회 : 3675
이것은 내가 방콕에서 살았을 때, 쓴것이다. 1998년
나는 지금 방콕에 살고 있다. 나는 이도시를 감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새벽 다섯시에 나는 눈을 뜬다.
죽음에서 나는 삶으로 돌아온다.
나는 잠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잠속에서 영원히 잠을 잔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나는 이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데 아무런 준비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는 없다.
학교 소풍을 가드라도 몇 시간의 준비를 하는데 그렇게죽음에 가는것은 억울하다.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켠다. 항상 고정되어 있는 채널
그러나, 그것이 90몇번인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무척이나 나는 숫자에
약하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한 손가락으로 외울 수있는 만큼의 전화번호를 외운다.
그 만큼이면 충분하다. 내 머리에는 그것이 한계이다.
알 수 없는 팝송이 나온다. 약간의 콧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나는 옷을 입는다.
왜냐면, 나는 발거벗고 잔다. 그렇다고 내가 발가벗은
공주는 아니다.그저 이곳 방콕이 너무 덥기 때문이다.
나는 밤새도록 선풍기를 튼다.
그 놈은 내 방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놈이다.
웃긴다. 더워서 틀은 선풍기도 더위에 지쳐 더운 바람을 낸다. 선풍기가 밤새 도록 돌아간다.
나도 심하지. 주인 아주머니 전기세 고지서에 큰 몫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 집 딸의 방을 지나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항상, 죽음은 내 옆에 있는 것이고, 목욕탕에서 나는
다시 삶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미지근한 물이 샤워기에서 흘려나온다.
죽음의 허물은 서서히 이 작은 물에의해서 흘러내려간다.
그 허물이 살과 죽음의 입구 인것처럼 목욕탕의 욕조안의 구멍으로 들어간다.
어디로 저 허물들이 떠내려가는지 나는 모른다.
얼마나 많은 허물들이.........
샤워를 마치고 나는 젤을 바른다.
그것도 초강력으로 말이다.
나는 이 젤을 좋아한다. 말량한 액체가 내 손위에
있다. 그것을 살살 비벼서 머리에 바른다.
그전에 나는 꼭 윗옷을 입는다. 왜냐면 젤을 먼저
바르고 옷을 입으면 옷에 젤이 뭍을 수 있기 때문이고,
남들이 말하는 머리스타일이 구겨진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도 아니고, 젤이 원하는 바도 아니가 때문이다.
젤은 머리에서만 그 모습을 뽐 낼 수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다시 가다듬는다.
왜냐면, 머리는 중요하다. 그 놈은 내가 지금껏 살아온
30년이란 세월을 저장한 창고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컴퓨터보다도 그놈은 훌륭하다.
그런 것들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소중히 가꾸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나서, 나는 씨익 웃느다.
오늘도 나는 삶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많은 허물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것이다.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로 나는 저녁에 다시 이곳에서
삶의 허물들을 벗길것이다.
바지를 입는다.왜 치마가 아니냐고 묻지마라.
내 다리는 못 생기지 않았다.
나는 치마가 싫을 뿐이다.어렸을 때부터 치마를 거의 입은 적이 없다.
내 성격상 맞지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온다. 어제 저녁에 먹은 아니 마신 맥주병이 쓰러기통에서 비쭉나와있다.
창이란 맥주캔이다.
창이란 태국말이고, 한국말로는 코끼리이다.
유달리 코끼리를 받드는나라이다.
창, 창,창
코끼리,코끼리,코끼리
아마도, 내 개인 생각으로는 코끼리가 덩치도 크고,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부쳐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코끼리는 더우면 그 긴코롤 물을 몸에 끼얹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 만큼(맥주는 아니지만)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을 상징하는것이 아닐까?
그 창이란 놈은 요즘 나의 허리살을 늘리는데 대단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러니, 성공 코끼리가 되는 셈이다.
거울 앞에 선다. 스킨로션을 바른다. 왜냐면 기미가
싫기 때문이다. 태국의 태양은 강하다. 강하게 매일 내리쬐는 빛을 연약한 밀크로션만으로 차단 할 수가없다. 조금 찢어진 튜브사이로 나와 있는 로션을 찍어바른다.
이곳으로 나의 준비는 끝이다.
선풍기는 하염없이 돌아간다. 조금만 기다려.너에게
휴식을 주마 내가 나가고 난 뒤, 너는 이방의 주인이
되는 거다.
쉬임없이 밤새 튼 선풍기는 본래의 제 기능을 잃은 둣 미지근한 바람과 함께 열을 내고 있다.
휴식을 달라고 보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지금 이방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이다.
가방에 책을 넣는다.책들이 여기저기 난잡하게 뒹굴고 있다. 흩어진 침대시트가 얼마나 내가 죽음과 싸웠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래 나는 또 죽음을 이기고 이렇게 서서 침대를 본다.
음악이 흐르고 있는것을 끄고, 선풍기를 끄고 내방의
모든것들이 이제 나와는 반대로 고요의 세계로 들어간다.
방을 휙 들러본다.방안에 널려 있는 팬티, 브래지어, 양말........
불을 끈다. 나는 다른 세계로 한 걸음 나왔다.
어둡다. 아주 어두운것은 아니다. 모든 것들이 맨처음의 어둠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넘어지고 그러는것이 아닐까?
그랙서, 피가 나는것이고, 그래서 멍이 드는것이고,
그래서, 그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된다.
그런 후에 점점 어둠속에서 익숙해져
하나, 둘,셋.........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