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70년만의 더위라는 강박관념에 지쳐가다
어제 난 바다행을 감행했다.
에어컨을 틀어도 차 안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내내 두통에 시달리다
여수항에 도착해 경도행 배를 탔다.
그러나 채 10분도 가질 않는 경도에서 본 바다는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 바다를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경도에서 점심으로 참장어를 먹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향일암으로 향했다.
그 앞 바다는 일출이 장관이라지...
그러나 오후에 일출이 있을리가 없었고
양식을 많이 하는 남해안 답지 않게 부표가 보이지 않는
향일암 앞, 수평선만이 보이는 아찔한 파란 물빛의 바다를
현기증이 나도록 내려다 보았다.
짭짤한 바닷바람이 끈적거리며 달라 붙는다. 지금도.
바다...
내게는 여름이 되면 항상 바다를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작년 여름에도.
바다를 보러 강릉까지 간 것은 순전히 내 고집 때문이었다.
남쪽에서 나서 자란지라 동해를 본적이 한번도 없던 나는
북적대는 경포대가 아닌, 한적하고 차가운 바다를 보고 싶었다.
적합한 곳은 강릉에서 조금 올라간 속초의 이름 모를 바닷가였다.
햇살을 받아 푸르던 동해의 바다를 발밑으로 보면서
그때에도 잠시 현기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강릉이라는 조용하고 선선한 도시를 마음 깊이에 들여 놨다.
현실이 답답할 때면 꺼내어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도시로 남겨뒀다.
내년 여름에도 바다에 갈 것이다.
그때에도 바다를 아득히 내려다 보면서
빠져죽고 싶다는 한숨이 나올만치 현기증 나도록 지켜 보겠지.
그리고 다시 열기가 가득한 이 광주로 돌아오면서
또 두통에 시달리며 일년간 바다에 대한 향수를 겪을 것이다.
바다...
난 어제 바다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