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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집트 단신 (6) - 정말 피곤한 일
날짜 : 2001년 07월 19일 (목) 11:46:18 오후
조회 : 3542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집트에는 택도 아닌 고물차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들이 가난하기는 하지만, 정말 가난하다면 저 고물
자동차 하나를 수리하는데 드는 인건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어디
서든 비싸빠진 부속비는 과연 어디서 나는 것일까요?
그러나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것은 이곳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
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곳은 매우 고온 건조합니다. 나일
강이 그 허리를 꿰뚫고 지나가는, 수도 카이로의 일년 평균 강수량
이 25mm, 여기 알렉스가 200mm 남짓하니, 사막에 근접한 다른 지역
은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 하실테지요.
바로 이 건조하다는 것은 모든 동식물의 부패속도를 포함한 기계
까지도 그 내용 연수를 연장 시켜준다 하니, 이것이 바로 제가
자주 말씀드리는..끝까지 좋은 것과, 끝까지 나쁜 것은 없다..는
그 말씀인데..(여그까지 와서도 지 자랑은...^_*)
게다가 이곳은 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차에 무리가 가거나 철판,
혹은 기계가 빨리 삭을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기껏해야
남쪽 사막에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모래 먼지 정도인 것이어서,
기어 쪽으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방지만 되어 있다면, 괜찮은
것이니, 이곳에 굴러다니는 차의 내용연수를 뽑는다면..평균 약
이십 년에 육박하지 않을까 추정될 정도인 것이, 옛날의 브리사
라든가 포니1 정도의 차는 여기서는 새차에 속할 정도 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하루의 기온 차가 극심해서, 11월 중순 이곳의 새벽
온도는 체감온도로 5도 정도이며 대낮의 땡볕 아래에 서면 이마에
저절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약 30도 정도이니, 어느 정도 차이
인지는 대강 감이 잡히시겠지요.
그런데다가 산이 전혀 없고 들에도 나무가 별로 없어, 산소가 매우
희박합니다. 여기 태어나 여기 사는 저 사람들이야 그것이 이미
체질화되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대한
건아들이라 하더라도 저녁이면 모두 혀 빼무는 정도가 되고,
가끔 기온이 급강하하거나, 급상승하면서 엄청난 안개가 끼는 날
이면, 아무리 노가다판에서 잔뼈가 굵어,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
하는 우리 사람들도, 된통 몸살을 앓습니다.
저는 아직 앓아 본 적은 없는데, 옆에 앓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릅
니다. 온 삭신이 부숴질듯한 통증과 근육무력증이 뒤따른다고들
하는군요. 한사람이 아픈 날이면, 모두들 우울하기 때문에 시내
에서 특이한 음식을 사다가 나눠 먹으며 시끌벅적하게 해 줍니다.
어디서 얻어 왔는지 하이네켄이나 아사히 맥주도 보이고 면세점
에서 보이던 쟈니워커나 레미마틴 같은 양주도 보입니다. 체력이야
다들 비슷하지만,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고통을 이렇게 해소
하는 방법을 보고 이곳 사람들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주방장인 이멤이..아픈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떠들면 되느냐고
우리에게 묻더군요..이멤..네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는지
우리는 잘 모르겠지만, 우린 친한 사람이 죽어도 이와 같다. 눈물
이야 저절로 흐르니 흘리겠지만, 곧 웃으며 떠든다..이해 가느냐?
카이로 한국식당에서 2년간 경험이 있는 이멤은 한국을 많이 알고
있지만, 이런 것은 아직 이해 못하겠지요. 우리가 밤늦도록 아픈
사람과 장난치는 것을 보고 이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버
렸고 그 다음날 아침, 아팠던 그 사람은 툭툭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 다음 일이야... 그야말로 인샬라..신이 알아서 할 일인 것이죠.
거기에 밤 놔라, 대추 놔라 해 봐야, 알라께서는 나랏 말쌈이 듕귁
에 달아..잘 모르십니다. 아무리 그래봐야 코밑에 고드름 얼 일
없고, 입가에 거품 물게 숨 가쁘게 덥지 않은데, 알라께서 그런
시시콜콜한 일에 신경 쓰시겠어요? 가뜩이나 바쁘신 데...
여기는 그 이름도 찬란한 알렉산드리아..이지만, 애석하게도 알렉
산더 대왕께서 아시면 엄청 화내실 일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초기 공업도시의 전형적인 폐단인 산업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기가
이미 극에 달해서,
모든 길가에는 폐비닐, 찢어진 폐타이어, 오일 깡통, 녹슨 철물
등등이 널널하게 쌓였는데, 그걸 또 시에서 수거한답시고, 주워
다가 몽땅 알렉산드리아 중심지인, 나일강 지류에서 24시간 계속
태우고 있으니..홍보가 기가 막혀, 톱만 만지작거릴 일 입니다.
그 외 볼썽 사나운 것은 쌔 비렸으나, 배울 것 없으니 묵언하고,
그들의 장기인 일부다처제에 대한 얘기는 그냥 모른 채 지나갈
수는 없는데, 아직도 그것이 허용될 만큼, 인구 팽창정책을 쓰고
있지만, 이제는 이것도 한물 간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
여기 궁민들도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짱구가 아닌 것이..우리들이
결혼한 그들에게 참으로 궁금해서..처음 묻는다는 말이, 무시카게도
통상..마누라가 몇이냐..인데, 이미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부
일처가 팽배해 있어서, 열이면 열, 온리 원..이라고 대답합니다.
와이? 두 유 씽 원 모어?..이러면..오우~ 노! 베리 타이어드..라고
열이면 열 대답하는데..흐흐..그러니, 타이어드 안 하면 하나 더
생각 있다는 얘긴데, 그래... 어딜 가도 타이어드만 없다면, 참..
배리굿인데..그 노무 타이어드 때문에, 참 타이어드다..라고 하면
모두 깔깔거리고 박장대소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마저 일부다처는 참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이미 소문
다 나서, 잘 생겼든, 못 생겼든 한번 결혼하면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 까정 지지고 볶고 데치고..살다가, 흰 파뿌리에서 또 검은
머리 날 때 까정, 기다려 보고 있을 일인데..
저기 손바닥에 걸레빵 열 잎 정도 들고 가는 저 가장도, 그 파 한
뿌리 거두기가 그리 힘든 것인지, 겨울 땡볕에 땀 뻘뻘 흘리며(?)
바삐 걸어가고 있지만, 그의 누추함 속으로 확연히 묻어나는, 저
작고도 깜찍한 행복에 대한 따땃한 기대는,
알렉산더 대왕이 다시 오늘에 와 큰소리 치더라도, 큰 칼 차고
수루에 홀로 앉아 백일 기도는 숼찮게 드릴망정, 괜시리 택도
아닌, 구까와 민조긔 무궁한 번영 따위를 논하여, 계산 다 되어
있는 조밥에 재 뿌리는 정말 피곤한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
으로 오늘 밤..어렴풋이 생각하였답니다.
오늘, 어쨌든 여기보다 추울 조국을 생각하며, 되도 않은 헛소리
한번 지껄여 보았습니다. 환절기에 호흡기 질환 주의하시고, 주무
실 때 꼭 손과 이빨과, 그리고 발 닦고 주무시길 바라면서..
(하이고~ 니나 잘해..! ^_^) 안녕히들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