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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집트 단신 (5) - 숙소 근처의 풍광
날짜 : 2001년 07월 19일 (목) 11:45:32 오후
조회 : 3600
말하자면 지금은 이곳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해변도, 철지난 바다
그 자체인데, 지금 송창시기가 와서 그 노래 부른다 해도 모오든
이집트 사람이 다 알아들을 정도로 참..쓸쓸합니다. 사람 알기를,
지나는 똥개 보듯 하는(?) 여기 들개들이, 날아가는 갈매기 보고
가끔 컹컹거리며, 괜스레 시비를 붙어볼 만큼..
상업지역의 형성도 모스크(사원) 주변에 올망졸망 몰려 있는데,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곳 이집션들의 생활 방식이 무엇을
중심으로 구성되는지 간파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하루에
예배를 다섯번 보는데, 그 때만큼은 깡패고 마약쟁이라도 엄청
경건하기 때문에, 옆을 지날 때는 발끝 들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길가 어디서든지 몇 명, 혹은 혼자서라도 자리를 깔고, 람세스
포즈(양손을 앞가슴에 모은 자세)로 한동안 서 있다가, 경전의
어느 구절을 중얼중얼 외우며 한참을 허리를 굽혔다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고 한참을 있습니다. 이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그 때는 손을 놓습니다.
라마단 기간이 12월 중순에서 1월 중순까지인데 이 기간에는 아예
낮에는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물을 먹지 않고 예배를 드리는데
해가 떨어지면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고, 그 때 하루종일 못 먹은
음식을 다 먹는데, 실제로 이곳 레스토랑의 매출도 라마단 기간에
훨씬 는다고 하며, 식품 소비량도 이 때가 제일 많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 라마단의 의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예, 이곳 작업자들을 주야 2교대로 나누어 근무 조를 짜
놓고 대기하고 있는 고육지책이 있지만, 어쨌든 대단한 종교적인
신념들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이 바로 모래알처럼 개성이 강한
이들을 한 줄기로 결속시키고, 대동 단결시키는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는 것을 잘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는 상당한 호감을 가지는데, 사실 이 종교적인
신념과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여기 나온 우리 직원들은 대개가
이 바닥 경력이 15년 내지 20년 사이인 사람들이 주류이기 때문에,
나이가 모두 40, 50대이니, 사고방식은 모르되 복장이나 신변정리
등은 매우 구세대적이며, 깔끔하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유럽이나 구미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매우 자유
분방하고 제 좋으면 그만이므로 짧은 반바지류나, 속 훤히 들여다
보이는 티셔츠를 주로 선호하므로, 몸을 가리는 이집션들의 습성
에 따라, 그들의 미움을 종종 사기도 하는데,
실제로 몇 해전 카이로 어느 고급 호텔에 완전 무장한 회교 원리
주의자가 기관총을 난사하였는데, 그 이유가 바로 '신의 나라에서
경거망동'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고 하니, 복장 및 언행에 대한
선호도 면에서는 어쨌든 대단한 일이지요.
여기 여행 오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파는 원피스(남자든 여자든..)
하나 사 입으시는 것이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
여기는 건조하여,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지만, 햇살에 노출되면
무척 더우므로 화상 예방에도 좋을 뿐 아니라, 그들의 대우나 보는
시각에서 180도 차이가 있다하니, 착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한데..
저도 하나 사서 입어 보니 첨에는 칭칭 감기고, 거울에 비춰보니
우습지도 않더니만, 몇 번 입으니 그런 대로 입을 만 하여, 일 하는
낮에는 입지 않지만, 휴일 날에 입고 시내에 나갔더니, 대우가 아주
극진하고, 유명한 모스크에도 무슬렘이 아니면 출입 통제하는데,
이 원피스를 입으니 그냥 무사통과더군요.
저는 고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이곳 몇몇 사원들이나
모스크 구경을 하였는데, 이집트의 고 건축물들은 그리스 풍들이
많아서 대단히 화려하고,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조각품, 장식들이
매우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피스를 자주 애용할까 합니다.
그러나 그곳에 드나들면서도, 제가 믿는 종교는 없지만, 굳이
어떠한 종교를 폄하할 마음도 없고, 그리하여 그들의 믿음에 대한
부정도 없으므로, 다만 이러한 저의 행위를 위대하신 알라께서,
그리 경박한 일로 보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그런 소원 하나는
마음속으로 기원을 드린답니다.
숙소 앞 건물 2층에 커피 숍이 하나 있는데 내, 외부 모두 이집트
식으로 꾸며 놓아서 참 이쁩니다. 그들은 아기자기한 치장이나
장식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 방면의 세공기술은 대단합니다,
저는 저녁 한가한 시간의 마지막 종착역으로 거길 자주 들릅니다.
마스터 이름이 무스타파인데 생기긴 몹시 우악스럽게 생겼으나
매우 친절하고 다정다감합니다. 내가 가는 날이면 이층으로 내려
다 보고 아래층까지 달려나와서, 반갑다고 손을 활짝 벌리며 살람
살람~ 하고 외칩니다. '앗살람 알레이쿰'이라고 하는 이곳 보편적
인사를 여기 사람들은 간단하게 그렇게 말합니다. 안녕하시오..
아니면, 반갑수다..쯤 되겠지요.
나도 처음엔 그저 손이나 번쩍 들고 사라마!(평화) 하고 외쳤지만
요즘은 가서 손도 잡아주곤 합니다. 그는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혼자 삽니다. 심플 담배를 한곽 주었더니 담배 맛이 기가 막히다고
휴가가면 한 보루 사다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하더군요.
거기가 이름은 커피 숍이지마는, 파는 것은 사실 커피보다는 샤이
(홍차)가 월등히 많이 팔립니다. 이곳 사람들은 그것을 더 즐기더
군요. 그러기 때문에 이것의 생산량이 당연히 많고, 한 잔에 1 이
집트파운드 입니다. 한화로 약 400원 가량 되는군요. 거기에다
시샤(물 담배) 한번 피우는데 또한 1 이집트파운드 이니..한화
800원이면 그 집에서 특급 손님으로 대우받습니다.
시샤는 잎담배에 이집트산 여러가지 액체 향을 넣어 담배를 이겨
놓고, 그 위에 숯불을 올려 천천히 태우면서, 그 연기를 물 속으로
빨아서 연기를 한번 헹군 다음(?) 그것을 마시어, 코로 내뿜는 식
으로 피웁니다. 일반 담배 피우듯이 입으로만 빠는 것이 아니고,
숨 쉬듯이 하면 저절로 피워지게 됩니다.
약 12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애플이라고 하는
사과향 나는 것이 그중 낫습니다. 그들이 선호하는 것은 향냄새
가 대단히 강해서 재채기가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억세게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피우는 것 같지만(한 대 피우는 데 한 시간 소요)
없어도 여유 있는 이들의 심성이 잘 표현된 기호품인 것 같습니다.
천천히 담배 향을 맡으며, 뜨거운 샤이 한잔을 하다보면 이 생각
저 생각, 별의 별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궐련은 잠시의
휴식을 위해 피우는 것이라면, 시샤는 이렇게 지나간 일들을 다시
파노라마처럼 펼쳐보고 되삭이는 멀티미디어식 인생 반추의 용도로
쓰이는..이집션들이 대단히 선호하는 기호품입니다.
어지간한 레스토랑, 잡화점, 하물며 문구점, 약방, 신발가게에도
비치되어 있어서 그들은 어디서든 틈만 나면 이것을 피워 물고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생각보다는 그리 독하지도 않고 부작용도
없는 것 같습니다. 피우기 위한 준비도구 및 준비과정이 상당히
복잡한데도, 그들은 그것의 수고로움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웨이트레스인 리샤는 24살 인데 5년전에 결혼하여 애가 둘씩이나
된다는군요. 그러나 아직도 처녀티가 나며, 특이하게 뚱뚱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남편도 가끔 거기 들르는데, 이 사람은 직업이
목수라고 하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고..(손이 깨끗함) 아마 그럭
저럭 하루하루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대단한 낙천가입니다.
저쪽 어둑한 구석이 그의 자리인데, 샤이와 시샤를 시켜놓고 조금
씩 마셔가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마치 아프리카 토인이 봉고를
치듯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는데, 그의 그러한 역동적인 반주를 듣노
라면, 정말 어디선가 토인들이 창을 들고 나타날 듯한, 정열적이고
힘찬 율동을 느끼게 되는데,
흥이 나면 주변 사람들도 호응하여 그의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며
매우 즐거워하기 때문에, 그는 이곳에서 별로 구까적인 도움되는
일 하는 것 없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명물이자, 분위기 쇄신
의 제 일인자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가 나를 보고 어떠냐고 눈짓을
보냈을 때 엄지손가락 높이 들고 앙코르를 외쳤을 정도이니까요.
아직 모두들 순수를 버리지 않았기에, 아무리 모르는 이국인이라
해도, 정작 그들은 영어를 잘 모르면서도 금방 친구로 다정하게
대해 줍니다. 그리고 아주 상냥합니다. 조금이라도 친하다는 생각
이 들면, 그들의 방식대로 마주 안고 볼을 비비는 인사를 하자고
해서.. 선뜻 친하기가 좀 께름직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꺼칠한 볼 비비는 것이, 서로 모른 척
냉정하게 사는 것보다야 훨씬 덜 삭막하고, 덜 께름칙하여 그러
자고 합니다. 할 때마다 수염이 찔려서 눈을 찌푸리곤 하지만..
그거야 뭐 어떻습니까..그 순간은 잠시이고 즐거운 시간은 오래도
록 지속될 테니까요.
그들도 우리가 자기네 공장 짓는 일에 슈퍼바이징한다는 것을 어렴
풋이 알고 일자리나 얻자고 그럴는지도 모릅니다.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다해도, 그래서 내가 좀 불편해질
그런 것 때문에 그 무엇이 두려워, 지레 움츠리긴 싫군요.
다시 귀국을 하여, 또 인간적으로 삭막하기만 한 우리의 환경에
있게 되면 또 그렇게 변할지라도, 적어도 여기서만은 나도 그들처럼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즉 대단한 즐거움이 있으리라고 믿는 가치
부여 방법을 한동안 이들에게서 다시 배울 것이며,
또 나는 나의 여린 노력이지만, 그들이 좀 더 깨쳐서, 아무리 자본
의 위력에 눌려 살더라도, 진정으로 인간다운 옳은 마인드를 가지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지금까지의 제 경험에 비추어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전달해 볼까 합니다. 잘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매우 피곤하여 잠이 오지만, 이집트의 밤은, 자신의 어둠
속 깊이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이라 불리는 작은 물체들이 아주 이슥
하도록 새벽까지, 허황한 하루 일과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도란
도란 이야기하는 소리를 버리지 않고 채워줍니다.
공식적으로 여기는 음주 금지입니다. 밤이 늦어도 고성방가 하는
소리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밤을 가장 잘 이용
하는 민족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그들이 끊임없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자려
합니다. 내가 잠이 들려고 내 방의 불을 끄면, 그들은 더 낮고
그윽한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끝내는 아주 오랫동안 말없이 저 먼
그리스 쪽으로 펼쳐진 푸른 지중해 해변을 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