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경주까지 달려왔다. 백자(담배이름)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백자는 피면 필수록 뼈가 삭는것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많이 피우지 못한다. 회비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무계획적인 여행이 차츰차츰 계획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경주는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이미 와 본 곳이다. 호미를 들고 땅을 파면 문화재가 나온다는 곳이다. 우리는 경주에 도착해서 개별행동을 하기로 했다. 병진이와 민우와 나는 인근 릉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 이쁘게 세워져있는 가로등도 구경하고 이름이 특이하고 이뻣던 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기도 했다. 박물관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도 했다. 이미 책에서 모두 본 것들이지만 새삼 느낌이 달랐다.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들이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흘러갔다. 군인아저씨와의 인연도 여기까지였다.
포항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가 다 되어서다. 포항에 도착해서 느낀것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현대,,,현대,,,현대,,,현대\" 현대의 아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리는 곳곳마다 현대였다. 현대공화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마치 중국을 연상시키는 자전거부대가 공장에서 쏟아져나오고 있었고 그 위로 커다란 간판이 있었으며 거기에는 현대xxx라고 적혀있었다. 우리나라중에서 포항을 칼로 잘 갈라서 현대에 넘긴다하여도 될 듯 싶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된 듯한 느낌이었다.
여행 4일째, 조금씩 지루함이 밀려왔다. 사진 찍을 일도 없었다. 사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왔던 김치들은 이미 다 시어서 냄새가 코를 찌를정도가 되었다. 봉지에 담아두었던 빨래감들에서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잘 말려서 넣어두어야하는데 시간에 쫒기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는 포항에서 현대만세를 외치고 하루를 접었다.
(점점 지루해지고 있지요...실제 여행도 그랬어요..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