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3일째다. 어제밤에 라면을 맛있게 먹던 삼척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한다. 다음 목적지는 울진이다. 왜 울진으로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마도 지도를 보다가 누군가가 \"여기\"하고 손가락으로 찍자 또 누군가가 \"그래\"라고 했을 것이다. 울진다음의 목적지는 모른다. 그건 울진까지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삼척에서 울진까지의 거리는 꽤 되었다. 그러므로 걷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동해에서 삼척까지 걸은 이후로 남은 여행기간동안 내내 버스를 탔다. 절대로 차비 아낀다고 걷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네명이므로 둘둘이 앉으면 된다. 난 민우하고 앉았다. 버스속에서 할 수 있는 일..바깥구경하기, 음악듣기,등등등...나의 귀는 구조가 희한하다. 이어폰을 끼우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민우의 귀구조는 이어폰을 끼우기에 적당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이어폰을 하나씩 귀에 꽂고 당기기를 하였다. 물론 내가 졌다. 이 야그는 별로 실용성이 없는 듯하다. 버스에서는 어쨋든 그랬다. 울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울진 도착. 뚱보형은 형답게 지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탁월했다. 주변 문화유적지를 관찰할 줄도 알았으며 무엇이든지 침착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 같았다. 뚱보형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울진에 있는 성류굴을 탐방하기로 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하는 문화탐방이다. 버스를 내린 후 우리는 성류굴까지 걸었다. 버스가 있었지만 드문드문했기때문이다. 절대로 차비를 아낄려는 것이 아니었다. 성류굴까지 걸어가는 길은 신선이 노닐만큼 주변경관이 아름다웠다.
냇가라고 하기에는 그 폭이 넓다. 그 냇가를 따라 길이 나 있는데...그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면 왼쪽에 성류굴이 위치해있다. 예날에 임진왜란때 사찰에 있던 불상을 이 굴속에 피난시켰는데, 여기서 '성불이 유한 굴'이라 하여 '성류굴'이라 부르게 된 것이란다. 계단을 타고 내려간 동굴은 신비한 세상이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별난 이름들과 무슨 호수같은 이름도 있었다. 또한 성류굴은 슬픈 역사가 물들어 있다고도 한다. 임진왜란때 인근 주민들이 왜적을 피해 이 성류굴로 피난했는데, 이를 탐지한 왜병들이 동굴입구를 막아 모두 굶어 죽었다하며, 그 뒤 동굴도처에서 사람의 뼈가 수도 없이 발견되었다는...쩝;;
성류굴을 휘이 둘러보고 난 후 우리는 또다시 버스타는 곳까지 걸어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들을 뒤로하고 수려한 그 길을 되걸어갔다. 그런데..이럴수가!!!.방생..본적이 있는가?..방생이었다.. 스님들과 많은 신도들이 폭이 넓은 냇가의 한쪽 구석에서 방생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음~~.그 진지함.우린 멍하니 그 광경을 봤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냇가를 따라 걸어내려가는 데 저 먼 발치에서 냇가에 발을 담그고 물고기를 잡는 이들..이 무슨 황당한 섭리란 말인가?..우리는 웃음을 흘리며 지나쳐갔다.
울진터미널에 도착할 즈음 몸매가 잘 다듬어진 군인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휴가(일명 말년휴가)를 나왔다고 했다. 제대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기 위해서 여행을 왔다고 했다. 우리는 또 한명의 동행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셋과 뚱보형, 그리고 군인아저씨. 뚱보형은 부산까지 동행할 예정이었고 군인아저씨는 경주까지 동행할 예정이었다. 고로 우리는 반드시 경주에 가야했다.
울진에서 영덕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영덕에는 뚱보형의 선배가 산는 곳이다. 뚱보형은 미리 전화를 해 놓았는지 선배라는 여자가 맛있는 음식들을 즐비하게 늘어놓았다. 우리는 포식했다. 그리고 1시간정도 앉아서 담소를 나눈 후 하룻밤을 지낼 보금자릴 찾으러 나섰다. 이제 다섯명..좀 더 큰 방이 필요했다. 어렵사리 싸면서도 괜찮은 여인숙을 잡았고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영덕의 멋을 즐겼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뭉쳤다. 왜냐?. 저녁을 먹기위해서다. 밖에서 사먹게되면 돈이 얼만데...쨘..오늘의 저녁은 미역국이다.
병진이가 일회용 미역국을 사다가 끊였다. 나는 그 날 저녁이 미역국임을 분명히 기억한다. 왜냐하면 병진이가 미역국을 쏟아서 발을 다쳤기 떄문이다. 부랴부랴 약국으로 달려가 약을 사왔다. 4,000~5,000원하는 연고를 살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지출이었다.
그날 밤, 나는 지갑을 잃어버리는 소동을 일으키고 말았다. 분명 가방속에 넣어두었던 우리들의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괜시리 뚱보형과 군인아저씨를 의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병진이와 민우에게 조용히 말했더니 좀 더 찾아보란다. 약 1시간여동안의 소동끝에 지갑을 찾았다. 어디서 찾았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뚱보형과 군인아저씨가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우리는 아무 증거없이 타인을 의심하는 나쁜 마음과 싸워서 이긴것이다.
그렇게 셋째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