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보다.
이제 본격적인 런던 기행 시작.
대영박물관을 시작으로 국회의사당,웨스트민스터사원,빅밴,소호거리,
세인트 폴 성당,마담터소박물관,교외의 Kew 가든 등....
이번 여행에서 난 시내에서는 무조건 걸어다니기로 원칙을 세웠다.
피곤하지만 걸어다니면 우연히 재밌는 가게나 거리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
걸어다니다가 우연찮게 접어든 차이나타운의 식료품점에서
'신라면'을 발견하고 환호도 올릴 수 있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하도 걸어다녀서 어떤 날은 친구랑 공원에서 각각 벤치 하나씩을 차지하고
길게 누워서 정신없이 낮잠을 자기도 했다.
푹 자고 나서는 민박집에서 싸준 부침개로 배도 채우고...
런던에서 인상깊었던 곳은 National Gallery.
2,200 여점의 그림이 전시돼있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렘브란트,라파엘로,
고호,피카소까지 내노라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고호의 작품들....
해바라기,Cypress의 밀밭,Shoes...
고호는 세상을 떠난 해에 800여개의 작품, 죽기 전해에 700여개의 작품을 그렸다.
자기안의 주체할 수 없는 광기를 작품에 쏟아넣은 것이다.
'해바라기'는 책에서 보던 것 처럼 색채가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고호가 이 그림에서 노란색배경을 쓴 것은 우정과 배려,
뭐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돼 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찾기 어려웠던 그가
절실하게 그 누군가를 찾는 마음이 배어있다고 할까?
렘브란트의 자화상 또한 여러점 전시돼 있다.
34세,62세..시간이 흐르니 강렬하면서도 오만해보이는 눈빛은 사라지고
어떻게 보면 따뜻하고 어떻게 보면 측은해보이는 눈빛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가로서는 드물게 부유한 삶을 영위했던 그가 말년에
경제적 파산 등 시련을 겪으면서 변한 것일까?
그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뺐겨 헐레벌떡 Shakespeare's Globe Theatre로 갔다.
템즈강 남쪽에 있는 셰익스피어 원형극장.
원래 그 시초는 1599년 셰익스피어와 3명의 연극인이 함께 모여
세운'The Globe'에 있다.
이때부터 영국의 퓨리턴 정권에 의해 연극이 금지되 폐쇄되는 1642년까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비롯해 다양한 극을 선보였다.
지금있는 이 극장은 미국배우 Sam Wanamaker에 의해 30여년동안이나
그 복원이 추진되다가 1997년에 개관했다.
한마디로 영화 'Shakespeare in Love'에서 나온 그런 극장의 모습이다.
천장은 뻥 뚫려있어 하늘이 보이고 ,1층은 가까이에서 공연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
서서보는 뻥뚫린 공간이 마련돼있고 그 가장자리에 원형으로 객석이있다.
오늘의 공연은 'The Tempest'.
영어도 잘 못하는데 그것도 중세에 씌여진 희곡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더구나 템페스트는 그리 유명하지도 않아 줄거리도 모르는데...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음악, 연기, 관객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재치있는 연출.
화려한 조명 하나없고 삐까뻔쩍한 무대장식이 없었지만 너무나 훌륭한 무대였다.
나폴리 왕국의 귀족인 prospero(바네사 그레이브)가 음모에 의해 쫓겨나
한 섬에 오게되는데 마술을 익혀 그 섬을 지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수를 꿈꾸나
딸 미란다와 원수의 아들 페르디난도의 사랑하면서 화해하게 된다는 줄거리인 것 같다.
비록 내용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예술이란
언어를 뛰어넘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맞긴 맞나 보다.
이렇게 즐겁게 함께 웃고 감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영국에 와서 정말 셰익스피어를 보는구나! 정말 기분 최고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
같은 민박집에 묵었던 부산 처자들,
그리고 우리는 작별을 아쉬워하며Piccadilly Circus의 분수대 앞에 걸터앉았다.
준비성도 대단한 이 부산 처자들은 한국에서 팩소주를 공수해왔다.
멸치를 안주삼아 팩 소주를 마시는 그 기분...
이번 여행이 더도말고 덜도말고 런던의 한복판에서 마시는
이 소주맛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크...정말 쇠주맛 끝내준다.
TIPS
런던에서 문화체험하기: 인포메이션에 가서 London planner(무료,월간)를 달라고 한다.
이 무료책자에는 런던내의 연극, 뮤지컬, 무용 등 최신문화정보와
관광지에서 열리는 이벤트,지도까지 런던에 관한 모든게 실려있다.
이걸보고 신용카드로 전화예매를 하거나 직접 극장에 찾아가 표를 사면 된다.
히트 뮤지컬도 좌석이나 요일에 따라서 당일 표,
혹은 2-3일 후의 표는 대부분 구할 수 있다.
*잡소리..저는 유명한 뮤지컬을 예전에 봐서 이번엔 Whistle down the wind라는
앤드루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봤는데 윽..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성을 먹칠하는 작품.
음악도 별루, 줄거리도 별루, 내용도 별루.. 한마디로 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