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의 풍경, Isle of Sky 1
스코틀랜드, 그것도 북쪽으로 올라오니 한국사람 만나기가 힘들다.
시간이 없어서인지 대부분 에딘버러에서 발길을 다시 돌리기때문이다.
심지어 스카이섬에서는 한국사람 처음 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카이섬으로 가는 길은 길고 복잡하다.
Inverness에서 기차타고 한참 가다 또 다시 버스로 갈아 타고 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스카이섬이다. 기차도 하루 한 편 밖에 없다.
근데 이처럼 가기 어려운 스카이섬으로 가는 길의 경치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안개에 싸인 산,수면위에 자욱한 안개가 끼여있는 바다...
마치 동양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고즈넉한 풍경이다.
한 폭의 병풍을 펼쳐논 것 같다고나 할까?
Skye란 말이 구름이란 의미도 있고 이 지방 언어(gaelic)로
'안개의 섬'이라는 뜻도 있단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버스를 타고 스카이섬의 portlee에 도착하니 밤은 밤이로되 하얀 밤이다.
그래도 역시 밤인 것은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밤 10시가 넘어서 예약한 유스호스텔을 찾는데 웬 날벼락!
토마스쿡에서 예약해준 유스호스텔이 이곳에서 20마일이나 떨어진
uig에 있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그렇게 포트리에 있냐고 물어봤건만 이놈의 여행사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거야?
알아보니 포트리의 유스호스텔은 이미 다 차버렸고 uig까지 가는 버스는
이미 끊어진 상황. 혼비백산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히치하이킹을 할까,
택시를 탈까 열심히 짱구를 굴리다 지나가는 영국인 부부를 붙잡고
사정을 얘기하고 얼마나 먼지 물어봤다.
아저씨는 택시를 타면 16파운드정도 나올꺼라고 하더니 부인에게 바쁘냐고 물어본다.
부인이 안바쁘다 하니까 우리들을 거기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루스와 캐럴 부부는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데 저녁먹고 잠깐 시내로 산책나왔다가
거리의 미아인 우리를 만나 uig까지 난데없는 밤마실을 나서게 된 것이다.
아저씨는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별로 일반적인 직업은 아닌가 보다.
영국 농촌은 양이 경제를 먹여살리니까 산에도 양이 먹는 풀만 있고 나무는 없단다.
숲이 사라지니 늑대도 멸종했다고...
간혹가다 보이는 숲은 북미에서 사온 나무로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열심히 설명해주신다.
증조할아버지 대에 네델란드에서 이민왔다는 루스아저씨는 스코틀랜드는
gaelic이라는 고유언어까지 있고 사람들도 밑에 지방하고 많이 틀리다는 것을 강조한다.
얘기를 하다보니 30분이 흘렀는데 정말 멀긴 멀다.
어쨌건 정말 아까는 앞이 다 깜깜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오늘의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난리통에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
스카이섬에서 맞은 일요일은 그야말로 정적만이 흐르는 조용하다.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버스도 하루에 2번 정도만 운행하고
커넥션도 좋지 않다.
유럽에 여행할때는 정말 이점에 주의해야한다.
아주 큰 대도시를 빼놓고는 일요일에는 거의 문을 여는데가 없고
버스도 잘 안다닌다. 꼼짝마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주의하시길! 작은 마을에 갈때는 꼭 주중으로...
우리도 일요일이니까 한가롭게 쉬기로 하고 근처를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녔다.
천천히 유스호스텔 뒷편의 언덕을 올라보기로 했다.
지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간혹가다 놀란 토끼눈을 하고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양들만 있을뿐....
들꽃, 소떼, 예쁜 새, 그중에서도 새소리 또 바람에 스치는 나무소리가 너무 좋다.
햇빛만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련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너무나 근사한 농가 한채를 발견했다.
영국판 민박인 B&B 간판도 걸려있어 문을 두드렸더니 인심좋게 생긴 아줌마가 나온다.
정말 깨끗하고 무엇보다 진짜 집같은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창문 밖으로는 uig 항구가 보이고 넓디넓은 앞뜰이 있는 곳에서 묵게 되다니...
오늘은 정말 푹신한 침대,아늑하고 편안한 잠자리에서 밤을 보내겠구나.
TIPS
스카이섬 가기: 기차타고 Kyle of Lochash에 가서 역 앞에서
Portlee까지 버스를 탄다(50분소요,편도 £5.90).
버스시간은 바로 연계되어 있다.
숙박정보: portlee에 숙소를 정해도 되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면
uig같은 작은 마을에서 하루쯤 머물러도 좋다.
그러나 uig 유스호스텔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방은 춥고 샤워실이나 화장실도 썰렁하다. 안
내데스크의 직원도 불친절하고 어디갔다 왔는지
술냄새를 풍기며 퉁명스럽게 업무를 하기도 한다.
숙박비도 예약할때 낸 deposit을 제하지 않고 다 받아
다음날 항의하고 돌려받았다.
좋은 점은 부엌을 이용할 수 있고 유스호스텔이 닫히는
낮에도 부엌과 식당은 열려있다는 것.
교통이 불편해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예약은 안해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