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같은 호수가 아름다운 곳,인버네스
인버네스로 향하는 기차안이다.
또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 날씨는 역시 흐리고 비가온다.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영국을 좋아할 수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영국에서 해를 본 날은 딱 하루.
북쪽으로 갈 수록 비바람은 더욱 거세지는 것 같다.
인버네스는 에딘버러보다 훨씬 작은 도시다.
그렇지만 훨씬 밝다.
워낙 에딘버러를 우중충하게 느껴서있지도 모르겠지만....
도시 한가운데 Ness강이 흐르고 강주변에 작고 예쁜 집들이 서있는데
B&B도 에딘버러보다는 훨씬 가정집같이 꾸며져있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보면 절로 한 번 들어가서 묵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짐을 푼 곳은 HoHo Hostel. 재밌게 꾸며진 곳이다.
알록달록한 벽면에는 이곳에 다녀간 여행객들이 붙여논 자기나라 지폐며
사진들이 잔뜩 붙어있고 식당 겸 휴게실은 아늑하고 정겹게 꾸며져 있다.
안내데스크에는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듯 항상 대기하고 있는
상냥한 직원들이 있는데 모두 젊은이들이다.
24시간 개방해놓고 있기때문에 밤늦도록 돌아다니는 여행객으로
항상 떠들썩하지만 그러기에 자유로움과 젊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근데 이곳에 너무 늦게 도착해서 거리를 둘러보고 나니 갈데가 별로 없다.
박물관이나 성같은 곳은 모두 문을 닫았고,
그래서 오랜만에 목도 축일겸 또 분위기도 낼겸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우리가 간 곳은 Castle street 에 있는 'Harlequin'이란 바.
바 안은 축구를 보는 사람들로 한창 떠들썩했다.
기분을 내기 위해서 쌀쌀한데다 불구하고 노천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바텐더 아줌마가 스코틀랜드의 전통적인 맥주라고 권해준 "Tennent's lager"를 마셨다.
유럽에 와서 처음 맛보는 맥주.
시원한 것은 당근이고 입안에 도는 고소한 맛이 캡!
문득 한 영국인 친구가 한국 맥주는 맥주도 아니라고 혹평한 것이 생각났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독일에 이어 2번째의 맥주생산국으로 손꼽힌다.
가벼운 lager에서부터 쓴 맛의 bitter,흑맥주인 stout 등 종류도 다양한데
이번 여행에서 얼마나 많이 마셔볼 수 있을까?
맛있는 맥주 한 잔과 함께 바라보는 인버네스의 풍경.
분위기를 한껏 잡아보는데 이곳이 멋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을 탈출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너무나 벅차다.
앞으로 어떤 여행이 될지 마음도 설레고 이렇게 아는 이 아무도 없는 먼곳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기만 하네....
다음날 아침 호스텔 아저씨(사실 젊은이)가 추천해준 'Urquhart Castle'로 갔다.
인버네스 시내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
17세기 잉글랜드군의 공격을 받아 지금은 성벽이나 망루 등 일부만이
폐허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죽 늘어서있는 벽 한켠에 걸터앉아 호수를 바라보는데 하늘빛과 짙푸른 물색이
가슴까지 탁 트이게 한다.
앞에 내려다보이는 호수가 괴물 네시로 유명한 네스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호수맞나 의문이 들 정도인데 잔잔하지만
한없이 깊을 것만 같은 호수와 거대한 괴물이야기가 잘 어울리기는 한다.
인버네스에서는 괴물덕분에 이 지방엔 네스관련 박물관까지 생기고
네스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개발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런 황당한 괴물이야기보다는 깊게 펼쳐진 호수 자체가 훨씬 맘에 든다.
TIPS
Urquhart 성 가기: 기차역근처 버스터미널에서 919번 버스로 30분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