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도시.. 에딘버러
King's Cross Station에서 에딘버러로 출발한 것은 오전 11시.
끝없이 펼쳐지는 농촌 풍경, 그러나 곡식을 기르는 땅이 아니라
양을 기르는 목장이다. 영국은 캐쉬미어로 유명하니까...
기차가 연착돼 Edinburgh의 Wavely 기차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50분이 되서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다 바람까지 부는 날씨다.
6월이면 완연한 봄일줄 알았는데 봄은 무슨... 샌들신은 발이 너무 시렵다.
먼저 어제 런던에서 예약한 숙소를 찾으려고 친구랑 우왕좌왕하는데
웬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를 찾느냐는 것이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해주시는데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다 약간 복잡했다.
결국 안심이 안되셨는지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시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부담을 느낄까봐 마침 시간도 있고,
또 할아버지는 1년짜리 교통카드가 있어서 버스비는 따로 안내도 되니까
걱정말라고 하신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너무나 반가와하시는데
몇년전 에딘버러 페스티벌로 이 도시가 떠들썩할때 숙소를 정하지못해
오갈데없는 한국여학생을 재워준 적이 있으시단다.
그러면서 수첩에서 그 학생의 사진과 한국에서 보내준 기념품을 꺼내 보여주신다.
에딘버러에서는 하룻밤만 묵을거라고 했더니 아쉬워하시면서
혹시 계획이 바뀌면 자신의 집에서 묵어가도 된다며
전화번호와 주소를 친절히 적어주신다.
Daniel Green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 덕분에 에딘버러는
무척 따뜻한 도시로 기억된다. 스산한 날씨와는 별개로...
에딘버러는 스코틀랜드 지방의 수도라는데 그다지 크지는 않다.
중세도시여서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위엄있지만
어떻게 보면 초라해보인다.
그리고 쇠락해가는 느낌....게다가 비바람부는 날씨까지 보태져
음산하기까지 했다. 마치 금방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아니나다를까 이곳의 투어상품엔 'ghost tour'라는 것이 있는데
그럴듯한 분위기가 날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
거리 곳곳에 있는 벤치들에는 다 무언가 글씨가 씌여져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마리아를 기억하며...남편 마이클".
벤치를 기증한 시민들이 남긴 문구다.
먼저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남편이 기증한 것도 있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딸이 기증한 것도 있다.
이들 의자를 기증한 주인공들은 가끔 지나가다 그 의자에 앉을때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누군가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느껴지겠지.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는데 대낮같은 밤이다.
9시가 지났는데도 하늘은 영락없는 낮의 표정.
해가 완전히 진 것은 11시나 되서였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대낮같은 밤에 무엇을 할까?
Edinburgh Castle로 다음날 아침일찍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 중 본 城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멋있는 그야말로 성다운 성이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유럽에는 그냥 오래됐다 뿐이지
별로 멋있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스위스 몽트뢰에 있는 시용성.
내가 갔던 곳 중 유일하게 한국말로 된 안내서를 비치하고 있어 봐주려고 했지만
정말이지 초라함과 허술함이 이건 도저히 용서가 안됐다.
어쨌거나 에딘버러 캐슬은 험준한 바위산 꼭대기에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
성다운 성이다. England와 오랜 세월 혈투를 벌였던 scotland의
역사상 전투에 유리한 고지에 세워졌다.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왕위를 놓고 싸우다 처형된 Bloodymary,
메리 1세가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보니 영국도 지역감정이 상당한 것 같다.
무료가이드투어를 따라다녔는데 가이드는 James 1세
(스코틀랜드 왕이었으나 후에 영국의 왕이된) 의 왕위즉위를
'우리의 왕'이 평화적으로 영국왕이 됨으로써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하나가 됐다"고 설명한다.
그러고보니 스코틀랜드지방에서는 지폐 생김새도 다르게 생겼다.
물론 다른 지방에서도 쓸수는 있지만....
TIPS
에딘버러 가기: 런던의 Kins Cross 기차역에서 기차로 약 4시간 소요,
기차표를 끊는다면 당일날 사는 것보다 하루 전이 싸고
일주일 전에 사면 더욱 쌉니다.(정규요금은 77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