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화요일
우리는 야생원숭이가 있는 다카사키야마원숭이 공원을 찾았다.
이곳의 원숭이는 야생원숭이 이기 때문에 다치더라도 치료를 해주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한다. 그리고 원숭이는 A군 B군 C군의 3무리로 나눠 지내는데 지금은 C군의 영역범위가 커 산 밑으로는C군 밖에 내려오질 않는 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곳 할아버지께서 원숭이를 불러도 원숭이가 산 밑으로 내려오지 않자 그분은 원숭이를 보러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스미마셍’을 연발했다. 그러다 원숭이가 한두 마리 내려오더니 나중에는 무리를 지은 원숭이 떼가 내려왔다. 빨간 얼굴의 야생원숭이 앞에서 어색하게 사진도 몇장찍어보고 하다 다카사키야마 원숭이 공원에서 내려왔다.
버스에 올라 아소산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산길 옆으로 늘어선 삼나무는 이곳 말고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였다.
길게 뻗은 나무는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가이드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은 이 삼나무를 직접 집을 짓는데 이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일본에는 이용가치가 있는 삼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멀미나는 길을 오른 뒤 우리는 넓은 벌판 뒤로 연기를 뿜어대는 화산을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괴물 같은 화산이 내 앞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니 움찔 했지만 아소산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숨을 쉬고 있었다.
분화구안의 옥색의 유황가스 냄새는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처음 보는 아소산의 모습은 아마 기억 속에 언제나 웅장한 모습 그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태껏 입에 맞지 않는 일본음식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다가 오랜만에 양식을 먹은 후, 우리는 구마모토 성으로 갔다.
버스 속에서 가이드 선생님의 구마모토성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조선에서 데려온 축성 기술자들로 하여금 만들게 한 어마어마한 성인만큼 성내에는 200개의 우물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우물의 깊이가 어찌나 깊은지 바닥이 보이질 않을 정도였다.
성은 생각보다 과학적으로 축조되어 있었다.
성으로 오르는 비탈길은 쳐 들어오는 적의 힘을 소모함과 동시에 위에서 성을 지키는 군인들은 그들은 볼 수 있지만 올라오는 병사들은 위에 군인이 잠복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정말 또 한번 우리조상들의 솜씨에 감탄사를 뱉었다.
그렇게 구마모토성의 기품 있는 처마 끝을 돌아보며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구마모토성견학을 마쳤다.
후쿠오카에서 좀 떨어진 바다를 끼고 있는 호텔을 찾았다.
밤바다를 구경하러 친구들과 함께 바다로 내려갔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와 같은 나이인 일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또래의 일본아이들이 좀더 개방적이 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옆에 널브러져 있는 술병과 담배를 피우는 또래친구들을 보니 이질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받아들일 문화와 받아드리지 않아야 할 문화라는 말을 나는 이런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