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중국을 거쳐 티벳으로- 그리고 네팔까지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예전부터 티벳불교와 달라이라마에 대해 나름대로 관심이 많아서인지 티벳여행은 저에게 또 다른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차게 했습니다.
하지만 티벳 문턱까지 와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티벳에 들어가기 위해 허가증을 받는 문제 였는데 그 비용이 저희의 총 여행경비의 반이 다되는 40만원.... 하지만 돈때문에 티벳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꺼얼무에서 티벳의 라싸를 오가며 장사를 하는 어느 트럭 기사아저씨에게 한국돈 3만원정도를 주고 불법입국(?)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총 3번의 검문소를 거쳐야 했는데..두번째까지는 직접 걸어서 공안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습니다. 마지막 검문소에서는 손전등을 든 공안이 직접 트럭에 올라 우리 일행을 샅샅히 뜯어 보았습니다. 하지만...풀어해친 머리에 몇일 세수도 안한듯 지저분안 얼굴...어디서 얻어입었는지..허름한 옷까지~ 그 공안은 우리가 분명 중국인이라고 단정짓고 아무말없이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티벳....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과 동화 책에서 방금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순박한 사람들...갖가지 티벳다운 풍경들....한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여행 초반부터 내내 설사를 하는 바람에 티벳 음식은 맛도보지 못하고 중국에서 넘어올때 챙겨온 중국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허리춤에 각 각 산소통을 차고...그렇게 고산병을 참아가며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말로만 듣던 오체투지하는 사람들...사찰들 곳곳에서 마치 눈물을 흘리 듯 떨어지는 버터로 만든 촛농...달라이라마가 지냈다던 포탈라궁....(영화 `티벳에서 7년'에서의 바로 그 길-)등을 다니며 무언가 알 수없는 힘을 가슴 전체로 느꼈습니다.
여행 중 만난 프랑스 대학생3명과 함께 네팔로 떠나던 날...
몇일 째 퍼부운 장마비로 국경을 넘는 길들이 심하게 유실되어 우리는 걸어야 했습니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새벽부터 출발해 장장 8시간을 걸었습니다. 도중에 늪에 빠져 하염없이 빠져드는 그 공포스러운 기억- 이제 죽는 구나 싶었습니다.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걷는데...초등학생도 안되보이는 어린 네팔아이들이 조그만한 양푼에 무언가를 들고 나와 팔고 있었습니다. 삶은 달걀....언제 씻어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때가 낀 아이들의 손으로 직접 껍질을 까서 팔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까놓은 삶은 달걀은 오통 노란 색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네팔 물가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였지만 완전 군장을 하고서 물만 먹고 8시간을 걸어야 했던 우리들은 상관 하지 않았습니다. 한사람에 두개씩- 그 누렇게 변한 삶은 달걀을 차근 차근 정말로 아껴서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손으로 주무른 덕분에 간이 딱 맞게 베어든 그 누런 달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맛이였습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다시 배낭을 챙켜 3~4시간을 더 걸어 상태가 비교적 좋은 도로까지 나와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해가 서쪽으로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을 때 우리느 드디어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설사와 복통...고산병에 시달리며 다시는 배낭여행을 떠나지 않겠다고 눈물로 다짐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티벳-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누구 저랑 함께 티벳 가실 분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