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더위에도 시원하기만 한 5월의 마지막 주 새벽길에 설렘 반, 피곤 반으로 학교로 출발했다. 새벽 6시 건들거리는 바람결이 조는 눈에 비비적대며 그렇게 도착한 김포공항. 여행을 하는 기분이란, 늘 그렇듯이 설레이는게 기다리는 1시간이, 잠 못 이루는 밤의 그 몇 시간같이 느껴졌다. 한시간을 넘게 기다리다 비행기에 탔다. 내려다보이는 경치아래 매번 눈길을 끄는 것,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 지루했던 시간들의 응집을 풀어줄 만큼 내려다보이는 모습은 시원했다. 이제 막 도착한 공항을 떠나 버스를 타고 한림공원으로 가는 길엔, 신선함을 드러낸 채 해를 그대로 받고 있는 여름들이 눈에 단편적으로 들어왔고, 차안에서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 바람은 시원했다. 이렇게 저렇게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하다 도착한 한림공원.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도착한 이 곳이 공원이라는 점이, 처음에는 그리 달가운 점은 되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보는 나무들의 모습과 이름은 나의 눈길을 사기에 충분했고 제각기 풍기는 멋이 인상적이었다. 한림공원에서 그 두 번째로 들어간 곳이 바로 쌍용굴인데, 그 이름은 동굴의 벽면에 나타난 두 용의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 동굴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사실은 이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이 동굴이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의 특성을 다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생성과정은 용암동굴의 표면위에 석회질물질이 피복됨에 따라서 현재는 석회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종유석과 석순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찰을 20여분, 나와 같이 동행하던 우리 일행 3명(나, 승희, 윤호)은 모이는 시간까지의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한림공원과 닿아있는 바닷가로 나갔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름다움을 증명하듯, 오랜만에 본 바다는 정말 깊으면서도 푸르른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깊은 바닷물은 에메랄드의 빛을 내며 눈을 즐겁게 했고, 어깨를 스치는 바람줄기는 굵으면서도 힘차고 시원했다. 일전에 다녀갔던 바다와는 판이하게 다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의 식상한 바다가 아닌, 푸른 바다는 한없이 아름다웠다. 이런 경치를 놓칠세라 우리는 사진을 찍는 일에 단박에 동의했고 특별한 여행에 발 맞추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도 나온 사진을 보면 웃음이 흘러나오곤 한다. 다음으로 재삿개해안을 거쳐 도착한 곳이 정방폭포. 정방폭포는 바닷가에 바로 붙어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파도소리를 잠식시키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위로는 높은 곳에서 햇볕을 그 자리에서 잘라내었고, 그 모습은 오는 사람 사람마다 각각 손을 뻣어 입을 벌려 놓고있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멋진 폭포의 모습에 다시금 피곤함을 떨쳐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가는 곳마다 즐거웠던 첫째 날의 일정은 이렇게 구경을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도착한 것으로 마감되었다. 시간은 오후 6시. 가는 곳마다 말을 멈출 수 없던 입은, 피곤함을 말없이 지켜오다 밥 앞에서는 통 자제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야 흥분한 맘을 가라앉히고 바다바람을 쐬며 멀리 있는 사람들과의 전화통화로 다시금 입을 움직였다. 밤은 깊었는데 잠은 오지 않는 그런 밤. 첫날의 점은 여기에 찍어두기로 한다.
일어나 보니 6시, 제주도에 온지 하루만인 둘째 날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유적지인 삼성혈. 유적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성한 나무들에 목까지 시원함이 느껴졌다. 여태껏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모르던 전설과 사실을 그곳에서 보여준 dvd를 통해서 알게되어 좋은 일인 것 같다. 삼성혈은 탐라국의 신화에 관한 유적인데 삼성혈에 세 명의 선인이 내려와 탐라국을 건설했다는 전설이다. 이야기의 사실여부는 전설이기에 따질 필요가 없는 예기이고, 중요한 것은 제주도가 이런 전설이 생길 만큼 우리나라의 중요한 장소라는 점이었고, 그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이 성읍민속마을이라는 곳이었다. 피곤한 다리를 두들기며 찾아간 그 곳은 제주도의 민속마을을 구현해 놓은 곳으로서 제주도 가옥의 형태와 구조등을 알 수 있었는데, 바람이 많은 제주도의 특성에 걸맞는 구조를 지닌 듯 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이 똥돼지였는데, 처음에 그냥 가봤다가 게걸스레 똥을 해치우는 모습을 보고서는 한껏 웃어버리고 말았다. 냄새나는 돼지지만 우리가 식사에서 먹고있는 돼지이다. 보기와는 다른 돼지는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이 많아서 떠올리는 생각이 꼭 사람의 그것과 같음이었다. 사람도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마련이다. 이런 사실을 돼지로부터 끌어내는 내가 우스웠지만, 나로서는 이도 한참을 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이렇듯 감상의 역사를 뒤로하고 반 일행이 따라간 곳이 마을회관이라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안내 아주머니께서 오미자를 팔고 있었는데, 선물 생각이 나서 바로 사고 말았다. 살 때는 좋은 선택인 줄 알았지만, 현재는 주위로부터 '사기당했다'는 소리를 들을 적마다 무엇을 하든 뒤끝이 안 좋다는 어설픈 결론을 지어버렸다. 그렇게 마을을 나서서 점심을 먹으로 갔다. 역시나 다를까. 우리는 아직 젊었나보다. 단 일합에 모든 고기가 사라졌으니 그 식성이 눈에 훤한 일이었다. 밥 먹는데 사진을 또 한 장.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하던데 우리의 남은 역사에는 일단 '밥' 즉, 식성이 추가된 경우이니, 웃을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밥을 먹고나서 다음에 다녀간 곳이 성산일출봉이다. 성산일출봉은 이름에 나타나있듯이 해돋이가 아름다워 일출봉이다. 올라가기에 적당한 높이의 산을 올라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분화구안의 넓은 풀밭이 그 위를 달려보고 싶은 욕구까지 가지게 했다. 넓고 푸르르며 장관이었다. 그 뒤에 맞닿은 바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색의 조화에 어울림에 일출봉이란 이름이 손색이 없는 듯이 보였다. 사진을 두어 방 찍고 난 뒤, 해돋이를 상상하며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갔던 곳이 바로 탑동. 기다리던 자유의 시간이다. 자유시간인 만큼, 기다렸던만큼, 맘 껏 돌아다닐 각오로서 승희와 시내를 돌아다녔다. 대전이 지방이라고 생각해오던 나의 눈에 이 곳의 시내는 더 지방이었고, 승희와 빗속을 걸으며 돌아다닐 구석을 찾다가 문득 지하상가로 내려가 린킨파크라는 가수의 앨범을 사들고 롯데리아에 가서는 햄버거를 콜라에 적시며 바다 가까운 거리를 내내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온다. 차를 찾는 움직임이 제법 산만한데 버스는 보이지가 않아서 한참을 찾아다녀야 했다. 어쨌든 도착한 차안, 졸지 말 것을 당부하다가도 숙소로 가는 내내 졸다. 여행이란 것은 많은 것을 알려주면서도 피곤하고 또 흥미로운, 그런 것이다. 피곤함을 샤워로 달래고선 숙소에서 발코니에 이불을 깔고 드러누워 잠시의 잠을 청했다. 외지에 나온 피곤함도 잠시 잊고 별을 헤아려보았다. 이 곳은 멀리 대전보다 별이 많았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는 나지만, 대전도 어디선가부터 분명히 그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이고, 자연은 인간이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그것을 말하고 있었고, 나 역시 그것에 공감하며 잠시 과학에 대한 오해를 떠올려보았다. 이것은 잘못된 계산이다. 오류난 계산이었고, 그른 행동이었다. 여행의 둘 째 날을 별을 세는 것으로 끝내고 마저 잠들었다.
새벽 5시, 홀로 일어나서는 방을 두리번거리다 물을 찾았다. 물을 마시고는 잠시 앉았는데 여하튼 기억이 없다. 일어나보니 6시오. 다들 일어나서는 게으른 나를 부추기고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이대로 쓰러져서는 마냥 잠들고 싶었지만 억지로 물을 부으며 잠을 흩날렸다. 밥을 먹고 숙소에 짐을 꾸려 차로 가선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올인의 촬영지라기에 무턱대고 올라가는 이들이 있었으나 여행의 피곤함에 그냥 차에서 잠을 자고 말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멀쩡히 돌아와보니 제주공항으로 출발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잠이나 잔 후회를 뒤로하고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본토로 돌아온 순간 여행의 여백이 남아 즐겁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다. 즐거운 여행이었는지 새삼 물어볼 필요가 없던 것 같다. 김포에서 곧 장 간 곳이 판문점이다. 점심을 먹으러 온 이 곳. 처음보는 판문점에 아, 이런 곳이었구나 하고는 걸어다니는 미군들에게 신기한 눈길을 보냈다. 다음은 임진각이었다. 임진각에 도착해서 정말 피곤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니 열심히 돌아다녔다. 정말 여행의 여백이 남았다. 즐거웠던 여행이다.
임진각을 출발하여 한참을 간 끝에 집에 도착했다. 제주의 푸른 밤이 눈에 선한 밤. 아름다운 밤이다. 푸른 밤이다. 이토록 기억남는 것이 이번 수학여행은 참으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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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기행문. 학교에서 강제로...큭. 쓰다보니 글이 아니였군요 ^^;
비가 안 왔어서 다행이에요 ^-^ 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