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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산 기행문] 겨울 사패산

도스토예…     날짜 : 2003년 01월 08일 (수) 8:19:49 오후     조회 : 3437      
한없이 하얗던 산 속으로 차가 굴러들어갔다.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 외곽 순환도로"의 터널 개통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었는지, 거대한 나무 성곽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에
이런 저런 시위 플랜 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눈길 사이로 펼쳐진 사패산의 설경이 눈에 익을 쯤에
매표소가 나왔다. 상점과 노점상들이 아니라, 매표소가 나왔다.
평소에 그런 것들을 싫어하는 나였기 때문에
그 조그마한 컨테이너 매표소가 얼마나 반갑던지,
찬 바람이 부는데도 불구하고, 따뜻한 차 속의 온기를 무시한 채
카 윈도우를 바삐 열었다.
매표소에 어느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활기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반가운 표정으로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하신다.
'산에 들어가는데 주민등록증이 필요한가?'
아버지께서는 주민등록증을 드렸다.
하지만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가족을 웃기기에 충분했다.
'아니, 왜 주민등록증을 주세요? 신도증을 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 아이러닉하게 시작된 등산의 첫걸음은 가벼울 수밖에...

사패산. 500m 대의 낮은 봉우리 이지만 꼭대기의 커다란 바위 정상은
마치 설악산을 연상시키는 듯이 하늘을 찌르며 버티고 서 있다.
게다가 낮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밧줄을 타고, 폭포를 끼고 돌며
한없이 펼쳐진 설경에다가, 계단은 왜 그리도 많던지...
그야말로 겨울의 진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산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원각사가 그 산의 품에 안겨서 조용히 자고 있었다.
지금 석탑은 용인으로 갔겠지...
금색 대불과 범종이 절의 양 쪽에 의지하고 있고,
조용히 불경을 읊는 소리가 나오는데, 절 개 삼년이면 불경도 읊는가?
개들이 집에서 조용히 명상에 잠겨서 등산객이 왔는데도 깨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했다.
더욱 웃긴 것은 대불의 머리의 곱슬곱슬한 모양을 보면서
왜 프렉탈 생각이 나는 것인지... 서태지의 머리를 예를 들어서 프렉탈의
정교한 법칙을 설명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의 글들이 떠올라서
주변 경치가 모두 글 속에 묻혀 버렸다.

하지만 절을 지나자마자, 동쪽으로 넓게 펼쳐진 설경이 나의 머리 속에
파고들었고, 바로 앞 쪽에는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얼음 폭포가 있지 않았는가. 너무나도 감탄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겠는데,
찬 바람은 그 사이 나의 폐까지 얼릴 셈이었는지 강하게 불어 닥쳤다.
마치 관광객의 일원이 된 듯이 사람조차 드문 이 산에서 우리 가족은
‘좋아라.’사진을 계속 찍었다. 설경의 가족, 폭포 앞의 V 자로 손가락 무장을
한 나와 작은 보름달 얼굴 동생. 어머니와 아버지의 아직도 녹지 않았을
애정을 사진 속에 담으면서 도봉산과 사패산을 잇는 산등성이 줄기를 향해
끝없이 박혀 있는 통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도봉산과 오봉, 백운봉이 이어져 있는 쪽의 산등성이와 사패산의 산등성이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 가족은 사패산의 돌 머리 정상을 보기 위해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얼마 가지 않아서 밧줄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서 있는 쪽에서, 밧줄은 정확히 북동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약간은 경사
진 둥근 바위에서 밑으로는 바로 낭떠러지였다. 어찌 아니 무서울 손가.
하지만 그깟 위험이 앞으로 펼쳐질 예측 불가능한 경치에 비하면 얼마나
클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밧줄은커녕 손으로 의지하지도 않은 채로
성큼성큼 올라가서 단박에 사패산 정상에 섰다.

오봉과 도봉산이 바라보이는 쪽은 일산과 송추 방향의 곳인데, 너무나도 햇
빛이 많이 들어서 설경에 비치는 빛 때문에 사진을 찍기 조차 어려웠다.
그 반대쪽에는 의정부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역시 아파트 천지였다.
차들은 새해 첫 날이라서 그런지, 이곳저곳 다닐 태세로 꽉꽉 막혔고,
도시 이곳저곳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마치 하얀색의 거대한
초가집을 연상시키는 것 같았다. 옛날에는 모두 초가집이었을 그곳이 말이다.

내려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오르는 산이라서 그런지 다리
가 있는 데로 풀려서 이게 내 다리인지, 니 다리인지 모르게 터벅터벅 힘없이
내려왔다. 그래도 내려올 때의 풍경과 올라갈 때의 풍경은 천차만별이라고 하
지 않는가. 볼 것은 다 보면서 내려오는데, 역시 설경의 풍경은 달랐다.

새해의 첫 발걸음을 사패산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평소에 알았던
사람인 냥,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연발한다.
이것이 사람 사는 맛이 아닐런지... 새해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진정한 너와 나 이다. 마치 새해 첫날부터 따듯한 떡국을 먹는 듯, 사람
들의 따뜻한 정과 인사가 모두 나의 귀에는 떡국 끓여주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것이 사람 사는 맛이다. 그런 맛을 올해에는 사패산에서 처음 느껴본다.

200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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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산이라... 산은 정말 싫어요! ...라고 말해왔었는데요:) 음. 벌써 2년 전인가요. 왕복 4시간의 산 오르기에 '패'한 후론 정말 산이라곤 질색을 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웬일인지... 요즘엔 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슴에 쌓여진 '그것' 때문일까요. 이유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또, 앞일을 내다보는 능력또한 없지만, 곧, 실행에 옮길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시원한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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