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느 유명한 사람보다도 소박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사람을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서투른 문체라도 좋고 간혹 맞춤법이 틀려도 좋습니다.
창가에 아름다운 햇살이 비친다든가, 귀뚜라미 소리에 달빛이 더욱 서글퍼 보인다든가 하는,
뭐 꼭 용건이 아니더라도 종종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먹기 위해서 곡식을 심듯이 사람을 사귀는 동기도 그래야만 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겠습니까.
꽃이나 시, 노래와 같이 끼니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영혼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합니다. 오늘은 온 종일 겨울 냄새 베인 바람이 불고
낙엽들은 서로 최종의 인사를 나누기에 바쁩니다.
이러한 날,
저는 누군가의 벗이 되고 싶어집니다. 누군가의 밭에 곡식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밭두둑에 하늘거리는 작은 풀꽃과도 같이 조용한 기쁨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또한 어느 유명한 사람보다도 소박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한사람에게,
소박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한 사람의 벗으로 남게 되기를 원합니다.
눈 내리는 저녁이거나 이슬 고운 봄날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