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르스렷한 달은, 성황당의데군데군 헐어진 담 모도리에
우둑히 걸리웠고, 바위 위의까마귀 한 쌍, 바람에 나래를 펴라.
엉긔한 무덤들은 들먹거리며,눈 녹아 황토(黃土) 드러난 멧기슭의,
여기라, 거리 불빛도 떨어져 나와,집 짓고 들었노라, 오오 가슴이여
세상은 무덤보다도 다시 멀고 눈물은 물보다 더 더움이 없어라.
오오 가슴이여, 모닥불 피어 오르는 내 한세상, 마당가의 가을도 갔어라.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나는 소리를 들어라, 눈석이물이 씨거리는
땅 위에 누워서, 밤마다 누워, 담 모도리에 걸린 달을 내가 또 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