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고독한 수행이거니

암울한 창문이 열리고
파란 빗물이 퍼붓는다 해도
어찌 사랑을 거역하리

잃어버린 한 영혼을
가슴에 안은 채
한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미련한 짓이려니

불 꺼진 골목길
좁다란 길 네귀에
서성일지라도
어찌 사랑을 거역하리

모든 것들이
단 한 사람, 그 사람으로
연하여 끊이지 않고
끝과 시작이 하나일지니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흐르지 않고 살아 남아
세월을 세월하며 헤매일지라도
어찌 그게 사랑이 아니랴

비록, 마음속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이미 이 마음과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으니
사랑으로 이어지던 그 행복이
한갓 바위에 시퍼렇게 부서지는
허무한 파도가 되겠는가

한줄기,
가느다란 그 한줄기
그 하나의 믿음이 남을지니
어찌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으리

진실로,
진실로 사랑은
운명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결코 흔들리지 않고
영원히 고정된 이정표이리라

이것이 한갓 거짓이며 허상일 뿐이라고
내 앞에서 증명된다면
나는 결코 사랑을 얘기하지 않았을 테고
아무도 사랑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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