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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등뒤의 사랑
날짜 : 2004년 11월 12일 (금) 8:54:45 오전
조회 : 3093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등을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어 와서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셔와서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세울 수가 없었다.
시-오인태님
11.16
와...감동적이기도 하고 애한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사랑은 제 몸 태워들어가며 한 밤 밝히는 촛불의 따스함일런지도 모릅니다.
사브리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