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다가온다.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 반갑지 않다. 아니 무섭다.
이 순간에 있어 사랑은 나에게 이런 거다. 사랑의 종점은 결국 이별 아닌가.
물론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노래가사가 내 얘기처럼 들리고 멜로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도 될 법한 불멸의 사랑을 꿈꾸고 간절히 바랬었다.
하지만 무엇이 날 영화 밖 관객으로 만들었던 걸까? 완벽한 사랑을 꿈꾸다 현실의 사랑이 다가 왔을 때의 괴리? 내가 주연이었던 멜로영화의 결말은 전부 Sad Ending이어서?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해 스스로 이런 물음을 던지는 건 아니지만 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말을 던진 후 항상 끝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움츠러든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될 뿐 이었다.
나를 점점 더 알아갈수록 실망하는 표정이 상대방 얼굴에 보일 때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마음은 점점 더 멀어져 감을 알 때 많은 경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누군가 다가오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너는 내 일부분만을 보았기에 이렇게 호감을 보이는 거야. 내 전체를 보면 너 역시 금세 돌아서겠지 단정하고 이 관계를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까 하고 설렘을 갖기 보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앞선다.
사랑을 바라지만 나의 진정한 모습이 하나 둘씩 들어날수록 상대가 실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랑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처럼 여겨진다면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사랑에 대해 문을 굳게 닫은 건 아니지만 아직은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게 부담이 될 뿐이다. 다시 불안감과 초조함이 내 감정을 지배하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어떻게 헤쳐 나가냐에 따라서 사랑을 이룰 수도 있고 사망해버리는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다행인 것은 나는 아직 충분히 젊고 내 생각과 마음가짐이 변할 거라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랑 없이 살아 갈 수 있을까?
다행히 이 글을 보며 공감했을 법한 사람이나 나를 위해 알베르 카뮈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 사람이 밖에서 보기에는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모두 아주 완전해 보이고, 주관적으로 자신을 보면 몹시 분산되어 있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