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내준 글입니다. 읽어들 보시구.... 사랑 속에 있거나 또는 그 밖에 있거나, 정말 오해는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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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었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그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주변에 친구가 많았고, 다들 그와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모두 그의 활달한 웃음과 재치있는 모습을 사랑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 남자가 끔찍히도 사랑하는 그녀였다. 여자는 처음 만날 때는 활달한 그 남자의 성격에 반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머 넘치는 그의 모습과 늘 그의 주변에서 맴도는 여자들에 불안했고, 급기야 그런 그의 모습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였다. 생일파티는 점점 더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파티의 정점으로 그 남자가 그녀에게 생일선물을 주는 순서가 되었다. 모두들 기대를 잔뜩 걸었다. 남자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있었으므로 다들 어떤 선물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선물은.... 온통 난도질된 원피스였다. 남자의 농담과 웃음지으며 도망갈 표정에 다들 웃고 말았지만 그날 이후로 그 남자는 그녀와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너무나 화가 났던 그녀는 그와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백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사과의 편지를 썼고, 백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집앞에서 기다리다 장미꽃을 놓고 가곤 했다. 그렇게 많을 날들을 기다림 속에서 괴로워하고서야 겨우 용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한번만 더 장난을 치면 그땐 우린 끝이에요.\"
그날 이후로 아무도 그가 장난치는 것을 보지 못했고, 아무도 그가 웃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둘은 결혼을 약속했고, 드디어 결혼식 하루 전날이었다. 남자는 심혈을 기울여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었고, 그녀는 무척 기대를 갖고 있었다. 결혼식 하루 전 그녀의 아파트에서 남자는 모든 정열을 담아서 만든 드레스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기대에 가득차 상자를 열어보던 여자, 갑자기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어요. 안녕.\"
여자는 남자에게 단 한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 옷은 하얀색 원피스로 된 미니스커트였다.
그 집에서 며칠을 기다렸지만 여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둘의 사랑은 끝을 맺고 말았다. 남자는 드레스를 여자 집으로 부쳤다.
세월이 흘러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고, 보통 그러하듯 딸을 낳고 평범한 아줌마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헤어진 지 10년 째 되는 그날, 국민학교 1학년인 그녀의 딸이 학교 학예발표회에서 공주역을 맡아 돌아왔고, 딱히 입힐 옷이 없어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옷장을 구석구석 뒤지던 여자는 10년 전 그녀가 받았던 그 드레스를 꺼내게 되었고, 체구가 비교적 큰 딸이지만 아직 어른 체형이 아니라 넉넉하게 내려오겠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입혀보았다. 어린 딸애는 하얀색 드레스가 너무 마음에 들어 옷을 입고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그녀, 두 눈이 둥그래지며 눈물이 하염없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이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아아, 미니스커트가 한 단씩 밑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끝내 펼쳐지고 만 드레스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였다. 이 세상 옷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웨딩드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