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수없이 번복했던 말 중에
단연 으뜸은 마지막이라는 말 이었다.
마지막이라 말 해놓고 마지막일 수 없는 후회를 그 얼마나 많이 했던가
아직 마지막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설다.
사라지고 싶다면 침묵의 외투를 입고 조용히 사라지자.
되세김으로 신중하자.
반걸음도 못가 다시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이라는 말로 압정을 뿌려놓은 뒤에
맨발로 다시 거슬러 올라와야 했던 아픈기억들이
우리에겐 한번쯤은 있지않은가.
그땐 떠나도 떠난게 아니다.
돌아와도 완전히 돌아온게 아니다.
외쳐댈 만큼 외쳐대었다면
절규할 만큼 절규했다면
오늘은 침묵의 여과기를 하나씩 구입하자.
걸르고 살자.
아직 우리앞엔
연습해야 할 일들이,
사랑해야 할 이유가,
희망품고 살 이유가,
오해를 풀 수 있는 이해들이,
그럼으로서
우리 자신을 한번 더 읽고 되돌아 볼 기회가
포장도 뜯지 않은 깨끗한 상자속에
유리처럼 담겨있으니.
어제는 조금만 참고살자.
오늘은 조금만 인내하자.
내일은 조금만 침묵하자.
- 청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