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생활의 기본적 감정으로서, 어떤 주체가 특정한 대상에 대하여 품는
전체적 또는 부분적 합일의 욕구. 사랑은 문학·도덕·철학·종교의 어느 관점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관념의 하나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는 이 관념을 둘러싸고 사상이 전개되었다.
동양에서도 인(仁)이나 자비(慈悲) 등의 사상이 있다.
공자의 <효제(孝悌)는 인의 근본이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은 부모형제라는 혈연에 근거하는 친애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 감정을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넓히는 것이 인의 도(道)이다.
맹자는 <측은(惻隱)의 마음이 인의 시작이다>라고 하여, 남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동정심으로부터 사랑이 전개된다고 주장하였다.
묵자(墨子)는 <천하가 서로 겸애(兼愛)해야 한다>라고 하여, 친족과
타인을 구별하지 않는 평등한 사랑을 주장하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慈)는 진실한 우정을 가리키고, 비(悲)는 불쌍히 여김과
인정이 많음을 뜻하며, 거의 비슷한 심정을 나타내므로 한국·중국·일본에서는
한 개념의 합성어 <자비>로 쓰고 있다.
공자의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라는 가르침에서도
나오듯이, 남을 자신과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지만, 남을 동정하는 마음으로
위로하면, 자기가 남에게 품고 있던 차가운 마음도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양적인 지혜의 발로이며, 남을 자신과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
이 자명한 전제가 됨으로써 서로 상대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위로하는 사랑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러한 불가능성에 도전하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으로써, 참다운 사랑이란 자신의
희생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러한 절대적인 사랑을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엄격한 삶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어로 사랑은 에로스·아가페·필리아라는 3단어로 나타내진다.
이것은 사랑의 본질적인 세 위상을 각각 가리키고 있다.
에로스는 정애(情愛)에 바탕을 둔 정열적인 사랑인데, 고대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에로스는 종종 광기를 띠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합일하여 진실재(眞實在)에 융합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상에서 육체적으로 생존하는 한, 신적인 것과 일체화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망아황홀(忘我恍惚)만을 추구한다면 에로스는 결국 죽음과 연결된다.
에로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일생 동안 진실재와의 만남을 추구한 끝에
삶보다 죽음이 바람직하다>는 기묘한 결론에 도달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는
당연하다.
그리스도교적 사랑인 아가페는 이러한 에로스적 사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S.A. 키에르케고르가 <무한한 질적 차이>라고 이름붙인 것이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신과 인간 사이에는 융합도 실체적 합일도 일어날 수 없다.
단지 있는 것은 신과 인간의 교제이다.
신과 인간은 절대적 심연(深淵)으로 갈라져 있는데 어떻게 사귈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예수의 참다운 존재의의가 있다.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의 중보자(仲保者)이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가 이 지상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유일한 증거이다.
B. 파스칼이 《팡세》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하느님을
알고, 이 중보자가 없다면 하느님과의 모든 교제는 끊어진다>라고 했듯이
아가페적인 사랑에는 자아의 신을 향한 고양(高揚)도 열광적인 해체(解體)도 없다.
신과 인간의 교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2개의 주체가 상호존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인간도 상호존재에 의해서만 사랑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필리아적인 사랑도 서로 독립된 이성적(理性的) 존재자 사이에 성립하는 우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일을 바라는 사람>
과<자신과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였다.
요컨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사랑한다
는 뜻으로, 필리아의 사랑은 결국 이기애(利己愛)로 귀착된다.
이기애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뜻이 같지 않은 사람이라도, 또는 어리석은 자,
나쁜 사람까지도 사랑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리아의 사랑이 아가페로까지 승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이 아닌 몸으로 인류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할 수가 없을 터인데,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칭한다면 당장 위선에 빠질 것이다.
결코 위선에 빠지지 않는 사랑은 자기애적인 에로스뿐이며, 필리아는 에로스적
요소를 잃는 정도에 따라서 허위적인 사랑으로 빠지기 쉽게 된다.
이렇듯 필리아의 사랑은 아가페와 에로스라는 양극 사이에서 동요하게 되는 것이다.
출처 -우연히 본글입니다.-
조금 어렵지만 너무 극단적인 사랑은 하지 말자,,,이런 뜻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