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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와, 하얀 눈이.

     날짜 : 2005년 02월 01일 (화) 11:11:56 오전     조회 : 2746      
안녕, 너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니?
집을 이사했다고 네가 말 해 주었잖아, 잘 지내고 있겠지?
여기는 눈이 참 많이 와.
내가 김해에 있었을 때에는 눈이 이렇게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럴까?
광역시라는 이름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광주의 첨단시가지엔 눈이 한가득 쏟아져.
자동차가 점차 묻혀 가는 걸 보면 어찌나 재미 있는지.
신기해,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건.
하얀 세상이 만들어 진다는 게 무언지 새삼 알 것 같아.
하얀 세상처럼 세상이 죄악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이 쌓이면 쌓일 수록 땅과 내가 보는 시각은 서로 멀어져.
너와 나 같아. 크면 클 수록 우린 만나기 어려워지지.
이번 여름 방학에 네가 시간이 있다면 놀러 가고싶어.
대답해 주지 않을래?
난 네 얼굴을 무척 보고싶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건 처음봐.
어젯 밤 부터 계속 내렸었거든.
하지만 멈추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 계속 더 내렸으면 좋겠어!
난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걸 무척 보고싶거든.

하얀 세상에 하얀 그림을 그리고 싶어.
네가 볼 수 있게끔.
이 눈이 내 그림이라고 생각해 줘.
하얗게, 더 하얗게.
세상에 그리는 그림을 눈이라고 생각하자.
눈을 보면서 생각하자, 멀리 있어도 우정은 변하지 않는다고.

요즘은 소설을 쓰고 있어.
실수를 너무 많이 했어. 게다가 못쓰기도 못써서 의욕상실도 조금 있고.
힘들기는 하지만 꽤나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물론 플롯 같은걸 짜고 나면 한결 쉬워지지만...
난 소설 쓰는데는 그다지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아.
하기야 내가 가진 재능은 별로 없지.
내가 잘 하는건 별 것 아니니까.
하지만 노력하고 있어.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버린 눈 처럼 나도 내 마음을 하얗게 만들거야.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말야.
절망했던 시절을 지났으니까 다시 비울 생각이야.
새로 시작하면 만들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나쁜 버릇들은 생기지 않게 예방할 수 있잖아?

눈이 계속 와, 아까는 조금 옅어 졌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하,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오랫만이다,
네가 과연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너는 여기 발길을 끊은지 조금 되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네가 들어올거고, 그럼 언젠가는 읽겠지 뭐.
얼굴이라도 보고싶다, 야.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외고가 그렇게 바쁜걸까, 참...
학교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너무 빡빡하게 해서 내 시간을 가질 수가 없잖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인걸,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건.

하루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해서 잘 살고 있어.
너도 잘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해.
너니까, 내가 믿으면 다 잘되는 거라구.
뭐-, 어거지 같긴 하지만, 내가 믿으면 다 잘 되는 거라고 믿어.
믿으면 안되는게 어딨냐? 하하-.

그럼 잘 지내고,, 다음에는 전화 해줄게.
아아, 방학때나 되겠네, 외고 기숙사에 있을테니까...
열심히 공부해, 힘들면 내 생각해.
정신차리고, 네 꿈을 위해서 도약하는거야, 화이팅-, 홍희경.
잘 지내길, 그리고 추운데 몸관리 잘 하길.
이만-

Don't forget Aug.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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