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온 편지
나는 독도다. 나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1-37번지에 산다.
키는 168m이고, 덩치는 5만평 정도로 작고 통통하나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져 서로 기대어 잘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는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황초롱이등이 함께하는가 하면
9목 35과 48속 53종의 곤충과 31과 50속 69종 6변종의 식물이 나와 생사를 같이하고 있고
바다 속에도 수도 없는 물고기와 해조류가 나와 친구하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
나는 외롭지 않다. 누가 동해의 외로운 섬이라 했는가?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많았나니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는 일본으로 부터 나를 조선 땅임을 확인해왔고,
해방 후 홍순칠이는 독도수비대장으로 온몸으로 나를 지켜왔으며,
울릉 군수였던 심흥택이는 오늘날에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들은 정말로 나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지금 불고 있는 나에 대한 애정공세는 원하지 않는다.
자칫 내 몸이 내 마음이 다칠까 염려가 앞선다. 아니 그래도 나는 괜찮다.
나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뭇사람들로 인해 그들의 터전을 잃을 까 염려가 된다.
뭍 가까이 있는 많은 친구들이 소식을 보내왔다. 허락하지 말라고, 내 몸을 내놓지 말라고
한번 몸이 허락되면 이건 제 서방은 저리가라하고 주야장창 한시라도 쉴 날 없이 몰아칠 것이니
보지 않아도 뻔할 일을 허락하지 말라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지나친 성정과 순간적인 감정으로 접근하는지 내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허튼소리 하지마라. 수많은 보호관찰 해야 할 관광지가
여러분의 손과 발아래 망가지는가 하면 함께하는 동식물들이 거처를 잃고 떠나가는 현실에서
말로만 하는 독도사랑은 지독한 열병을 수반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 친구들과 나의 생각이다.
나는 옛날에도 잘있었고 지금도 잘있다. 일본애들이 지네 땅이라고 우긴다며....허허허
그래서 여러분들이 나에게 애정을 쏟는다고야...과함은 덜함만 못하다는것을 알고는 있겠지.
나는 대한민국 영토이며 나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친구는 동해의 바람과 푸-하며 지나가는 고래와
가끔씩 까탈 부리는 성난 파도와 바다제비를 비롯한 바다 새와 작은 곤충들과 식물들
그리고, 바다 속 물고기와 깨끗한 해조류로 만족하며 살고 싶다.
나를 사랑하거든 환경지킴이를 통하여 나를 사랑했으면 한다.
그들만은 진정으로 일시적이며 단편적인 애정이 아닌 자기를 희생하면서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고 앞으로도 동해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사랑과 애정은 정말 고맙다. 동해일출로 눈이 부셔서 뜰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
얼마 전에는 아인슈타인 빛이 포항에서 나에게 왔고 고기잡이 어선들이 나를 둘러 불을 밝혔다.
아! 나는 너무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나는 대한민국의 아들이었다.
그런데도 요즘 들어 부쩍 나를 자기 것이라 우기는 자가 있다했는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지껄이던가?
감히 누가 나를 대한민국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던가?
그들은 나를 '죽도'라 한다고 했는가 그들을 데려와 '죽도'록 패주고 싶다.
안용복이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 홍순칠의 후예들이 독도를 지키고 있다.
환경지킴이들이 나를 치료하며 보살피고 있다.
모두들 고맙다. 나를 사랑하거든 그들을 도와주거라.
내가 여러분을 멀리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됐지만 그것이 여러분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니
서운함이 앞서 나를 미워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영원히 여러분을 사랑할 것이고 대한민국과 함께할 것이다.
문무왕의 혼이 나를 지키리라. 안용복의 열정이, 홍순칠의 정신이 나를 보호하리라.
5천만 대한겨레의 염원이 나를 지키리라.
내일도 동해엔 붉은 해가 떠오를 것이고 나는 대한민국 동해 한가운데 여기 우뚝 서 있으리라.
나는 대한민국의 땅이요, 대한의 혼이다.
항상 나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여러분에게 노파심에서 몇자 보낸다.
2005. 5월 어느날. 동해에서 독도가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