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해는 특별하기를 바랬는데,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어. 일년전, 2003년 1월1일이 되기바로 직전에, 난 너한테 메일 한통을 보냈었지. 역시 일년간의 공백을 깨고.. 2학년 올라가던 날, 니가 마지막 나에게 내민 손길을 거절해버렸다는 죄책감같은 느낌과 늦은 후회감도 들고.. 복잡했었거든.. 너무 멀리와버려서 다시 친해질 수도 없고, 너나 나나 겨울방학이 끝나면 바로 수험생이 되어야할 상황이였으니까.. 아무튼 새해때 너한테 내메일을 먼저 읽게해주고 싶었어.
그 메일에 아마 이렇게 썼었나? 그저 미안하다는 것만 전하고싶어서 보낸거라고...아니, 그러면서도 약간은 기대했었나봐. 이번 새해때 보신각 종 울리고나서 바로 컴퓨터 켜고 메일 확인했었어. 혹시 너도 일년전의 나처럼 메일 보내주었을까? 하고... 일년동안 기다렸는데.. 이번엔 니가 내가 내민 손을 뿌리쳐버린게 확실해진거지? 역시..나도 나지만 너도 참 너다..
여기 고등학교와서 처음으로 친해진 친구가 너고, 너한테도 내가 첫번째 친구였다는걸 알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너랑 나랑은 친구일때부터 항상 엇갈렸던 것 같다. 물론 친구 아닌 지금도 마찬가지구..
나 너 아주 많이 미워했었어. 학교와 부모들이 창출해낸 전형적이고 이기적인 로봇같다고 생각했었거든. 네가.. 게다가 넌 나보다 뭐든지 훨씬 우월했잖아. 그래서...부럽기도 하고 괜히 내자신만 원망스럽고..좋은 점도 많은 친구였는데, 그때 내눈엔 그런게 하나도 보이지않았었어. 나중에 트러블이 있고나서야 꼭 보이더라구.. 이상하게도.. 2학년 올라가던날 준 네 선물이랑 편지, 망설이다가 무시해버린건 조바심때문이였어. 그리고.. 니편지에 써있던 말이 진심인지 의구심도 들었고.. 아무튼 그래도 이젠 널 신경안쓰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맘잡았던 그때부터 넌 나를 엄청 미워하더라.작년에 내가 메일을 보내기전까지.. 그때이후론 서로 보면 그저 조용히 피하고..물론 마주칠 시간도 없었지만... 수능 끝난후 버스정류장에서 니가 내 뒤에 있다는거 알고, 큰 소리로 짜증나라고 말한거 들었을거라고 생각해. 넌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대놓고 외면하고 숨어버리고 그러잖아. 내가 너있는줄 모르고 고갤 니쪽으로 돌렸을때 즉각 다른쪽으로 얼굴 돌리는거 봤어. 얼굴은 제대로 못봤지만, 그거보고 너 있었다는거 알았구.. 내가 다시 앞보니까, 너도 그제서야 얼굴 바로하는거,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오더라고...메일 씹었어도 내 솔직한 심정알았으면 좀 달라질줄 알았는데, 아직도 여전히 날 싫어한다는거 알고 괜히 섭섭하고 눈물나올려고 그러더라. 그래서 괜히 혼잣말로 화내고 그런거야. 뭐.. 섭섭해야할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내심 기다렸나봐. 결국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데도..
그런데 나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섭섭하지도 않고..다행인가?^^
오늘 나 대학교 면접보러 갔어. 다음달 이때쯤이면 고등학교랑도 굿바이겠지?
어디학교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너랑 난 가는 길이 상당히 다를것같고.. 고등학교 처음와서 알게된 친구가 넌데, 학교랑 이별하면 그걸로 끝이 될것같다. 상황종료.감정종료...일학년때 나, 얘들 이름앞에 재밌는 친구, 착한 친구어쩌고 수식어구 붙였던 거 기억나? 그럼 너한테는 늘 좋은친구라는 수식어구 썼던거 기억나니? 그땐 별생각없이 그냥 하던 말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진 거 같다. 별로 인정하고싶진 않는데, 넌 이 학교에서 만난 몇 안되는 잊지못할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지금 친구아니란게 더이상 안타깝지만은 않아. 하지만 나중에 가끔씩 생각날꺼야. 그때는 친구로 지냈던 짧은 시간동안의 좋았던 기억만 꺼내볼래.'좋은 친구'로서의...
좀 아쉬운 건, 다름아닌 너한테 인식되어 있는 내모습이야. 일학년때 난 상당히 막혔었어.일학년 자체가 자르고싶은 필름처럼 느껴질정도로.. 지금은 많이 성공했는데, 그래서 일학년때 사이별로였던 다른 친구들과는 가까워졌는데.. 너한테는 바꿀 기회가 없지.. 그래도 너한테도 가끔 내가 생각난다면, 니 기억속에서 내가 아주 나쁜 아이는 아니였으면 좋겠다.
너한테 전해주지않더라도, 혼자서 쓰는 편지도 이제 이걸로 완전히 마칠래. 늘 행복하기 바랄께 등의 맘없는 말은 안하고 싶어. 그저 안보이는데서 잘먹고 잘살아라. 뭐.. 니가 이글을 본다는 건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