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트릭스 만배 잼나게 보는 방법
오늘 저녁에 티뷔에서 '메트릭스'를 방영해주더군요.
오랜만에 다시 보게될 이 영화에 대해 오늘 좀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메트릭스 하면 워낙 유명한 영화니까 안보신분이 거의 없으실거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메트릭스의 진짜 재미를
놓치시는 것같아요.
메트릭스하면 흔히들 현란한 특수효과와 사이버펑크적인 화면을 먼저
생각하시는데, 사실 이영화의 진짜 매력은 철학과 종교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을 넘나드는 고난도의 시나리오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딴지일보에서 예전에 지적한 바 있듯이 메트릭스는 성경을 SF로 재해석한 영화라고 볼 수 있죠.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죄다 구약 신약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당연히 네오는 예수의 상징이고, 네오를 사랑하는 여자는 막달라 마리아이고, 심지어 예수를 배신하는 가롯유다까지 등장하죠.
네오는 한번 죽었다가 영화 후반부에 기적적으로 부활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려오죠. 예수가 재림하여 세상을 구원한다는 요한계시록적인 메시지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단순히 성경을 재해석한데 있지 않다고 봅니다. 이곳에 석가와 장자가 끼어들죠. 스토리의 겉 테두리는 성경을 모티브로 했지만 내용의 핵심은 오로지 동양사상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키아누리브스가 총알 피하는 장면 기억나시죠? 사실 이 장면은 그리 단순한 장면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총알을 피하지 못하고 악당들에게 처참하게 당하던 네오는 차츰 정신수련을 거쳐 수십개의 총알을 모조리 피해내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네오는 무슨 수련을 겪은것일까? 왜 이 세상이 사이버 메트릭스 세계라는걸 미리 알고 있던 다른 동료들은 네오처럼 그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걸까라는 점이 중요하죠. 과연 네오에게 있는 그 거대한 힘이란 무엇을 말하는것일까요.
예전에 수퍼히어로를 내세웠던 헐리우드의 대부분의 액션영화들은 주인공의 초인적인 육체적 힘을 항상 주무기로 내세웠었죠. 하지만 메트릭스의 주인공은 그 어떤 액션영화의 주인공보다 왜소하고 갸냘픕니다. 더군다나 무슬에 무자도 모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죠. 그런 그가 세계를 구할 메시아라는건 상당히 아이러니한데요. 하지만 영화의 주무대가 메트릭스 속이라는게 영화의 핵심포인트죠.
사이버세계에서의 육체적 힘은 오로지 정신에서 발휘됩니다. 사람의
근육하나하나 핏줄 하나하나가 모두 그래픽화된 허상에 불과한 메트릭스안에서는 오로지 정신력만이 모든것을 결정합니다.
총알이 날라오는것을 피하는 힘도 순발력이나 스피드가 아니라 '저 총알은 허구다~'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해탈의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불교의 공사상이 바로 이것이죠. 공사상은 세상에 대한 헛된 미련을 버리고 모든것을 초월한 정신상태에 접어드는것이지요. 메트릭스안에서 발사되는 총알도 모두 그래픽화된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는순간 총알은 더 이상 총알이 아닙니다.
하지만 메트릭스안이 사이버세계라는것을 아는 사람들이라도 그 현실의 구속에서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려해도, 날라오는 총알을 가짜 총알이라고 대담하게 느낄 수 없는 인간정신의 나약함때문이죠. 영화의 사이버세계 자체가 상당히 도가적인 사상인데요. 장자의 나비론에서 그랬던것처럼, 누군가가 당신의 모습은 허구이고 당신이 어제 꿈꾸었던 나비가 진짜 당신이다라고 말해준다해도 우리는 그것을 쉽사리 믿지 못합니다. 왜냐면 우리가 발 디딛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만큼 우리의 정신은 현세와 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죠.
우리의 사고는 항상 내가 보고 있는, 내가 만지고 있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이 세계를 떠날 수 없습니다. 결국 인간은 인식론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지요. 극락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은 항상 현실세계의 모습을 본딴 극락세계만을 꿈을 꿉니다. 신의 모습조차 인간의 형상으로 그리는 것처럼 인간은 항상 모든것을 세속의 이미지와 연관시켜 생각하려고 하죠.
고로, 메트릭스가 사이버세계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그 세계 안에서는 컴퓨터 이미지의 노예가 되는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사이버적 환상에도 굳건히 자신의 정신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해탈의 경지이자, 네오만이 가진 고도의 정신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네오는 결국 그의 정신 하나로 세상을 구하게 됩니다. 그게 메트릭스의 엔딩이죠.
작년 철학과 교수님이 그러더군요. 메트릭스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제일 행복한 경지 아니겠느냐라고 말이죠. 어차피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것은 정신의 세계 아닙니까. 하지만 인간의 행복이라는것이 메트릭스의 장면처럼 시험관에 일렬로 매달린 돼지고기같은 육신의 모습을 무시할 수 있는것인지 우리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철학을 하는 학생들, 윤리학을 하는 학생들 또 종교공부하는 학생들은 꼭 한번쯤은 봐야하는영화, 물론 도덕경 팔아먹고 다니는 김용옥씨도 봐야할 영화가 바로 메트릭스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안보신분은 꼭 한번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