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행당골 산마루에는 허생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원래는 사대부 출신이었으나 그의 생활 능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허생은 밤낮 당구공부만 하여 그의 아내를 안타깝게 하였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당구는 치지도 않으니, 밤낮 당구 교본만 공부해서 무엇합니까?"
"우리 형편이 게임비는 못내는 형편인데 어떻게 하겠소?"
"그럼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는 못 하시나요?"
"내가 원래 몸이 약한데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당구 교본만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요?아르바이트도 못 한다,겜돌이도 못한다면, 초크라도 훔쳐서 못 파시나여?"
허생은 읽던 당구교본을 덮어 들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구 공부하기로 계획한 것이 10년 ,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됐을 것을......"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행당 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행당동에서 가장 부자요?"
한양대학교 총장님을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은 곧 총장실로 찾아갔다.
허생은 총장님을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내가 가난해서 무얼 좀 해보려고 하니, 10000원을 꿔주시오."
총장님은 "그러시오."하고 당장 만원을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총장님의 비서들은 허생이 나가자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여?"
"모르지."
"아니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원을 그냥 내주시고 성명도 묻지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여?"
총장님께서 말씀하기를
"이건 너희들이 알바가 아니다. 비록 그의 옷차림은 허술하였으나 손가락을 보니 큐걸이가 확실히 잡혀 있고, 눈썰미를 보니 각잡기와 길 보기에 능할 뿐 아니라 손목이 유연해서 힘 조절을 잘할 것 같아 보였느니라. 고로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 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주면 모르되, 이왕 만원을 주는 바엔 성명은 물어 무었하겠느냐?"
한편 허생은 빌린 돈 만원을 가지고 사자 당구장을 찾았다. 그리고는 그 동안 갈고 닦은 당구 실력으로 죽빵을 쳐서 금새50000원을 땄다.
그리고 5만원 중 장깨값을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다시 죽빵을 쳤다. 원 투 쓰리 다 잡아주고도
엄청난 돈을 땄다. 순식간에 돈은 10억으로 불어났다.
허생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 돈으로 궁전이라는 당구 종합 센터를 짓고 행당일대의 가리를 갚지않는 파렴치범들과 당구장 죽돌이들을 긁어 모았다.
그리고 총장에게 갚을 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하수구에 버렸다. 그리고는 당구장 죽돌이들 한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생활이 안정이 되었으니 이제 난 떠나야 되겠다. 그러나 몇가지만 명심하거라. 한 다마라도 높은 사람을 공경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겐 오른손엔 큐대를 쥐게 하고 왼손으로는 큐걸이를 하도록 가르쳐라."
허생은 돌아오는 길에 독수리 당구장에 들려 총장에게 돈을 갚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제주도 다마가 짜다는 소문이 났을 떠라 한참 남벌론ㅇㅣ 대두되던 터였다.
이에 남벌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느 뽀록꾸의 일인자인 이 장군이 총장에게 허생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집을 몸소 찾아왔다.
그리고는 자세를 낮추고 허생에게 이러 저러한 사정을 밝혔다.
"남벌론에 대한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 음 네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자네가 나의 질문을 제대로 답할 수 있겠는가?"
"무슨 질문 입니까?"
"자네는 쫑으로 우라를 칠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럼 시끼로 황오시를 칠 수 있는가?"
"아니오."
" 마세이로 가락을 찍을 수 있는가?"
"아니오."
"지금 내가 물어본 세가지 질문에 대해서 너는 모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도 내가 진정한 남벌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이냐? 너 같은 놈은 당장 이 큐대로 머리를 마세이 찍어 야만 할 것이다!!!"
허생은 옆에 세워진 큐대를 들고 이 장군의 머리를 마세이 찍으려 하였다. 이에 깜짝 놀란 이 장군은 허겁지겁 도망치고야 말았다.
다음날 이 장군이 허생의 집을 다시 찾아갔으나, 인기척은 없고 부러지 큐대와 앙상한 초크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