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묵상 기도 모음> 김시태의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외 +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김시태·시인, 1940-) + 성탄 기도 세상 어둠 아무리 깊다 해도 마침내 별이 되어 오신 예수여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 자체로 사랑의 시詩가 되신 아기여 살아 있는 우리 모두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맑은 마음으로 겸손하게 내려앉기를 서로 먼저 사랑하는 일에만 깨어 있기를 침묵으로 외치는 작은 예수여 세상일에 매여 당신을 잊었던 사람들도 오늘은 나직이 당신을 부릅니다 평화를 갈망하는 온 인류가 하나 되기 위해 진통 겪고 몸살 앓는 이 세상에 울면서 내려오신 평화 아기 기쁨 아기여 진정한 성탄 선물은 당신으로부터 받아서 우리가 이루고 나누어야 할 평화의 기쁨뿐임을 다시 알아듣게 하소서 당신 만난 기쁨으로 첫눈 내리듯 조용히 처음으로 속삭이게 하소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모든 이웃에게-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성탄절 아침 기도 하늘의 임금님 별들 사이에서 내려와 추위로 얼어붙은 동굴 속에 오셨네. 추위로 얼어붙은 동굴 속에 오셨네. 오, 거룩한 아기여. 나 여기 떨며 당신 뵈옵나니 오 복되신 하느님, 날 사랑하심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으시는지. 날 사랑하심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으시는지. 두를 옷도 쪼일 불도 없는 나의 주님 세상의 창조주이신 당신 두를 옷도 쪼일 불도 없는 나의 주님 사랑스런 예수, 갓난아기여, 이 가난만큼 당신 나를 더 사랑하심은 사랑이 당신을 더 가난하게 한 때문에 사랑이 당신을 더 가난하게 한 때문에. (리구오리의 성 알폰소, 1696-1787) + 성탄절 유감 당신이 오던 첫날 경건과 경외로 예배하던 목동들은 이제 없습니다. 옛날처럼 당신이 두려워 싹을 자르려는 포악한 군사는 없지만 그들보다 썩은 자들이 당신의 이름으로 치부하고 당신을 가로막고 영광을 받습니다. 그때나 오늘이나 당신을 위한 날이 아닌가 봅니다 거리에 당신을 찬미하는 음악이 퍼지지만 실상 당신을 위한 노래가 아니고 상혼과 환락에 취한 군상들의 광란과 쾌락을 즐기는 소음입니다. 당신 말씀을 거리의 네온처럼 변색시키고 자신의 욕심과 권위를 위해 말씀을 해석하는 저 허수아비들의 외침....... 그 입이 잠들게 하소서 오직 겸손하게 당신을 사모하는 자의 별로 그 빛을 비취게 하소서. (전선구·시인, 경북 봉화 출생) + 성탄 기도 오, 주님 주님의 길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주님은 제게 타향에서 태어난 작고 무력한 아이로 오십니다. 주님은 저를 위해 자기 땅에 오시어 이방인으로 사십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도시의 성벽 밖에서 범죄자로 죽으십니다. 자기 백성에게 거부당하시고 벗들에게 오해받으시고 하나님에게마저 버림받은 채로 말입니다.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도 저는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하고, 이 세상을 내 집 삼으려 하며, 저를 괴롭히는 그 자그마한 소외감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느끼는 소속감보다 오히려 이따금씩 갖는, 집을 잃은 듯한 막막한 심정이 저를 주님께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제가 주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축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아늑한 내 집일까요? 낯선 타관일까요? 반겨 주는 친구들 틈일까요? 미지의 이방인들 틈에서일까요? 행복감 속에서일까요? 외로움 속에서일까요? 주님께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그런 일에서 제 자신, 굳이 달아나지 않도록 이끄소서. 주님이 이 세상에 속한 분이 아닌 것처럼 저도 이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기에.... 그런 심정이 들 때마다 실은 감사의 기회요 주님을 더 꼭 끌어안고 주님의 기쁨과 평안을 더 온전히 맛볼 수 있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주 예수님, 오셔서 제 심령 가장 비참한 곳에 저와 함께 머무소서. 여기가 바로 주님의 구유가 있을 곳이요 주님께서 빛을 비춰 주실 곳임을 믿습니다. 주 예수님, 오소서, 오소서. 아멘. (헨리 나우웬·신부, 1932-1996) + 성탄절의 기도 사랑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착하고 아름다운 아기 예수여! 지금 나의 몸 죄로 붉게 물들어 있고 지금 나의 가슴 사랑의 샘이 메말랐으니 가엾이 여겨 한시바삐 나를 찾아오소서. 나의 마음속에 들어오셔서 떠나지 마소서 나의 가슴속에서 날마다 사랑의 신으로 태어나소서 내 생의 하루하루가 성탄절이 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