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결의를 다짐하는 시 모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나의 투쟁은' 외 + 나의 투쟁은 나의 투쟁은 그리움에 몸을 바치며 일상적인 나날에서 벗어나는 것. 강하게 넓게 수없이 뿌리를 펴고 인생을 깊이 파고드는 것. 수많은 괴로움에 몸을 태우며 참답게 성숙하여 목숨과 시간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 (라이너 마리아 릴케·독일 시인, 1875~1927) + 불혹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꺾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이산하·시인, 1960-) + 장작을 패며 장작을 패며 나는 배운다 싸움꾼의 원칙과 자세에 대하여. 두 눈 부릅떠 결을 겨눌 것. 옹이는 절대 피할 것. 순서는 마른 것에서 젖은 순으로. 한두 시간이 아니라 하루 이틀이 아니라 평생을 도끼질할 때 원칙과 자세가 바로 생명이라는 것을. (이재무·시인, 1958-) + 우리가 눈발이라면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안도현·시인, 1961-) + 바늘 나도 바늘이 되어야겠네. 몸은 모두 내어 주고 한 줄기 힘줄만을 말리어 가늘고 단단하게 꼬고 또 꼬고 벼루고 또 벼루어 휘어지지 않는 신념으로 꼿꼿이 일어서 정수리에 청정하게 구멍을 뚫어 하늘과 통하는 길을 여는 나도 바늘이 되어야겠네. (한광구·시인, 1944-) + 다시 떠나는 날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갯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 (도종환·시인, 1954-) + 민들레처럼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박노해·시인, 1958-) + 삶에의 용기 하나의 두려움은 둘의 두려움을 낳는다 둘의 두려움은 넷의 두려움을 낳는다 현실을 직시하되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자. 운명은 용기 있는 자의 편 사랑도 용감한 자의 것 생명의 나래가 접히는 최후의 순간까지 자유의 비행을 멈추지 말자 삶에의 용기를 굳게 지켜가자.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