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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 모음> 정연복의 '마음 농사' 외
날짜
:
2015년 02월 06일 (금) 7:31:52 오후
조회
:
2660
<인생 시 모음> 정연복의 '마음 농사' 외
+ 마음 농사
세상 살아가는 일
많이 복잡한 것 같아도
나이 육십 코앞에 두고
이제 알겠다
인생이란 본디
마음 농사 짓는 일
보이지 않는 마음 하나
잘 가꾸어 가는 일이라는 걸.
사랑과 우정
삶의 기쁨과 행복과 보람
따뜻한 이해와 용서도
결국 마음의 일이 아닌가.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에
이제 얼마쯤 남았을 나의 생
거추장스러운 것
미련 없이 가지치기하고
그저 마음의 집 하나
정성껏 지어야겠다.
+ 인생
한세월 굽이돌다 보면
눈물 흘릴 때도 있겠지
눈물이 너무 깊어
이 가슴 무너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잊지 않으리
꽃잎에 맺힌 이슬에
햇빛 한 자락 내려앉으면
그 꽃잎의 눈물이
어느새 영롱한 보석이 되듯
나의 슬픈 눈물도
마냥 길지는 아니하여
행복한 웃음의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을
+ 인생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잎새들 뒤척이며
잠시 흔들리다가도
바람이 자면
저리도 잠잠히
고요의 기둥으로
서 있는 나무들
그래, 한세상
나무처럼 살다가 가자
잔잔한 일상이나
삶의 풍파 몰아치는 날에도
그저 마음의 중심 하나
꼬옥 움켜잡고
'나'라는 존재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가자
+ 인생
굽이굽이 돌아 온 인생 길에
행복과 슬픔이 아롱졌네
아!
삶은 얼마나 쉽고도 어려운 것인가
잡았다 싶으면 저 멀리 달아나는
아리송한 삶의 꼬리여.
그래도 나 이제
하나는 알 것도 같아
깊이 사랑하는 사람 하나
내 마음에 둥지를 틀면
삶은 더러 고달파도
신비한 힘이 샘솟는다는 것을.
+ 인생
되는 일 하나 없는 양
가슴 시린 날에도
지난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면
아니다,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쉰 몇 해의
꿈같이 흐른 세월 속에
다정히 내 이름 불러준
벗들은 그 얼마이며
까닭 모를 슬픔에
세상을 외면했던 내 눈에도
눈부시게 피어난
꽃들은 또 그 얼마였던가.
+ 무너지지 않는다
지상을 거니는 내 생의 발걸음이
가끔은 휘청거릴지라도
하늘을 우러러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쓸쓸한 삶의 뒤안길은 있는 법
살아가는 일이
이따금 실타래처럼 얽혀
많이 힘들고 괴로운 날에도
살아갈 이유는 남아 있다
맑은 날이나 흐린 날에도
높이 걸려 있는 하늘
사시사철 변함없이
참 의연한 모습의 산과 나무들
따습고 보드라운 햇살
포근한 달빛의 위로를 받으며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나도 무너지지 않는다
+ 인생
한세월 굽이굽이 돌아
어느덧 나의 생은
중천(中天)을 지나
석양으로 기울고 있어라.
구름처럼 흘러온
지난 세월에
웃음의 꽃밭 사이로
더러 눈물의 골짜기도 있었네.
이제 남은 여생
나 바라는 오직 한 가지는
육신이야 좀 해어지더라도
정신은 나날이 가벼워져
바람의 춤을 추듯
고운 노을로 뉘엿뉘엿 지는 것.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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