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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꽃나무 하나' 외
날짜
:
2015년 02월 05일 (목) 1:44:11 오전
조회
:
1978
<나무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꽃나무 하나' 외
+ 꽃나무 하나
내 맘속에
꽃나무 하나 있어
철 따라 세월 따라
예쁜 꽃을 피우네.
한겨울이면
마치 죽은 것 같아도
겨울 너머 새봄이 오면
연초록 잎 돋아나네.
덩치는 작지만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한 해 한 해
가만가만 자라나는 꽃나무.
아직은 볼품없지만
언젠가는 시원한 그늘도 드리울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
오, 나의 생(生).
+ 연리지
서로 다른 둘인 것이
하나 되었네
제각기 홀로는 외로워
둘이 하나 되었네
영원히 헤어지지 말자고
서로 꼭 껴안고
햇살 같이 받고
찬이슬도 더불어 맞으며
한 하늘 우러러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네
보는 이들의 마음
찡하게 하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사랑이네
온몸 온 마음 모아
둘이 하나 된 애틋한 사랑
지상에서 꽃 피운
천상의 사랑이라네
*연리지(連理枝):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
부부간의 깊은 애정을 뜻하기도 한다.
+ 나무의 동안거(冬安居)
겨울 날씨가
제아무리 춥다고 해도
하늘 향해
온몸 단정히 곧추세우고
잠잠히 동안거에 든
나무를 어쩌지는 못하리.
긴긴 겨울 너머
새 봄이 올 때까지
꿈결같이 눈부신
연초록 새순이 돋기까지
북풍한설 속에서도
우뚝 선 채로
끝내 견디어 내리라는
저 나무의 고요한 신심을
세상의 그 무엇도
흔들어댈 수는 없으리.
* 동안거(冬安居): 겨울인 음력 시월 보름날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날까지, 승려들이 일정한 곳에 머물며 도를 닦는 일.
+ 나무들의 겨울나기
나무들의 겨울나기는
단순하다
본질만 꼭 필요한
알맹이만 달랑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가만히 내려놓는 것
봄부터 가을까지
세 계절 동안
알뜰히도 키웠던
자식같이 정든 이파리들
훌훌 떨쳐버리고
빈가지로 서 있는 것
이로써 새 봄의 새순을
말없이 기약하는 것이다.
나무들의
이 단출한 겨울나기는
뭔가를 끊임없이
쌓고 채우려고 안달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참 많은 걸 암시해 준다.
+ 인생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잎새들 뒤척이며
잠시 흔들리다가도
바람이 자면
저리도 잠잠히
고요의 기둥으로
서 있는 나무들
그래, 한세상
나무처럼 살다가 가자
잔잔한 일상이나
삶의 풍파 몰아치는 날에도
그저 마음의 중심 하나
꼬옥 움켜잡고
'나'라는 존재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가자
+ 나무
속상한 일이 있어
마음 괴로울 때면
나무 그늘 밑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 헤아릴 수 없는
잎새들처럼
이 가슴속 쌓인
수많은 사연들
하나 둘 셋....
나무에게 이야기하면
나뭇잎들은 일제히
귀를 쫑긋 세운다
어느새 내 마음도
푸른 잎새가 된다
+ 나무의 기도
하루에 한 그루의 나무를
마음속에 심게 하소서
선한 열매를 맺을
좋은 나무를 심게 하소서
미움과 불신의 나무를 베어버리고
사랑과 신뢰의 나무를 심게 하소서
절망과 불평의 나무를 넘어뜨리고
희망과 감사의 나무를 심게 하소서
경쟁과 싸움의 나무를 없애고
화합과 평화의 나무를 심게 하소서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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