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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시 모음> 김영철의 '승화원에서' 외
날짜
:
2015년 01월 23일 (금) 0:13:57 오전
조회
:
1302
<죽음을 생각하는 시 모음> 김영철의 '승화원에서' 외
+ 승화원에서
떠난다고 모두를 미워할 일 아니다
수의囚衣를 벗어 던지고
수의壽衣로 갈아입은
환호로 배웅해야 할
자유 찾아 떠나는 새
(김영철·시인)
+ 묘비명
나는 꽃잎 한 장보다 작았지만
세상의 꽃잎들이 웃어 주었다
감사하다.
(김종·시인, 1948-)
+ 고치와 무덤
누에는 고치에
들어가요.
답답해 보이는
저 고치에.
그래도 누에는
기쁠 거예요.
나비가 되어서
날게 되지요.
사람은 무덤에
들어가요.
어둡고 외로운
저 무덤에.
그리고 착한 아이는
깃털이 돋아
천사가 되어서
날게 되지요.
(가네코 미스즈·일본의 천재 동요시인, 1903-1930)
+ 때때로 죽음을 생각하십시오
때때로 죽음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그 위에 당신의 생명을 설계하십시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죽음의 기로에 서 있음을 안다면
한층 인생의 무게가 더해질 것입니다.
(작자 미상)
+ 기도
어느 날 새벽
야위어진 몸,
가쁜 숨 몰아쉬던 친구는
내일은 나의 날이 아님을
깨우쳐주고 갔습니다
형체 없이 스며든
바람이 지난 후
창문에 스며드는 빛 느끼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드는 인생임을
깨우쳐주고 갔습니다
밀폐된 현관문 밀치고
안개길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끝없는 갈증, 무거운 탐욕
버리고 씻으며 걸어갈 수 있다면
두려움 전혀 없을 것입니다
내일은 나의 날이 아닐 수 있다면
사랑으로 걷고
지혜롭게 뛰어 가는
하루, 하루
후회 없는 삶이게 하옵소서
(손희락·평론가 시인, 대구 출생)
+ 하관
하얀 보자기에
탈관한 채
진흙 땅 속에 묻힌다
먼지와 때에 찌들었던
세상 옷
훌훌 벗고 평안의 옷 입었다
한 생명이 세상에서
긴 시간 나그네길을 걷다가
이제,
세상 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가 쉼을 얻는 시간이다
유족들의 슬픈 눈빛들이
꽁꽁 묶인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하늘가는 밝은 길이
가슴으로 슬픔을 울컥울컥 토해낸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저 길을 가지 않을 자 있을까
영원한 안식처가
우리에게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불행할까
죽음,
부자도 가난한 자에게도 모두 주셨으니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이
얼마나 공평한 분이신가
훗날,
고단했던 세상 삶 마치는 날
그분께 고백하리라
매순간마다 행복도 주셔서
그래도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김귀녀·시인, 1947-)
+ 죽으면서 태어나라
우리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만일 죽음이 없다면
삶 또한 무의미해질 것이다.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삶과 죽음은 낮과 밤처럼
서로 상관관계를 갖는다.
영원한 낮이 없듯이
영원한 밤도 없다.
낮이 기울면 밤이 오고
밤이 깊어지면 새날이 가까워진다.
이와 같이 우리는
순간순간 죽어가면서 다시 태어난다.
그러니 살 때는
삶에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 하고,
일단 삶이 다하면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떠나야 한다.
열매가 익으면 저절로 가지에서 떨어지듯이,
그래야 그 자리에서 새로 움이 돋는다.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날마다 새로운 날을 이룰 때,
그 삶에는 신선한 바람과
향기로운 뜰이 마련된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지
매 순간 살펴보아야 한다.
(법정·스님, 1932-2010)
+ 죽음 서시
간밤에 흰 눈 내려
온 세상이 깨끗합니다
온갖 더러움은 사라지고
온 천지가 순수의 세계입니다.
언젠가 죽음이
찾아오는 그 날
지상에서 내가 지은
모든 추악한 죄 용서 받고
나의 영혼은
순수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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