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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인생은 여행' 외
날짜
:
2015년 03월 12일 (목) 12:55:11 오후
조회
:
2110
<인생을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인생은 여행' 외
+ 인생은 여행
인생살이는
여행과 같은 것
탄생부터 죽음까지
이 땅 위에서의 여행.
좋은 여행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만 챙겨야 하지
가뿐한 몸
가벼운 마음이면 되는 거지.
쓸데없는 것들을
손에서 놓지 못하면
거추장스러워
여행에 큰 방해가 되지.
그런데도 세상에는
이 간단한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은 바보들이
참으로 많다네.
+ 인생 여행
백만 송이 꽃이 만발한
너른 들판에서도
한 송이 꽃에게조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 산길 모퉁이에
홀로 피어 있는 꽃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한 따습고
정다운 눈길을 보낼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사귀었어도
그중 단 한 사람도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한평생 겨우
한 사람밖에 사랑하지 못했지만
그 사랑이 참으로 깊고 깊어
사랑에 흠뻑 젖은 생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인생 여행을 하고 있습니까?
+ 인생이라는 경기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요
사람이 하는 일이란
늘 어긋나고 실패하기 마련이지요.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를 생각해 보세요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안타를 치고 홈런을 친다면
슛을 할 때마다
골인이 된다면
그런 야구나 축구 경기를
누가 즐기려 하겠어요.
계획이 틀어지고 일이 꼬여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야구 방망이도 둥글고
야구공도 둥글어
둘이 정확히 딱 만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
여기에 야구의 묘미가 있음을
늘 잊지 말아요
인생이라는 경기도
가급적 둥글둥글
여유 있게 풀어가야
제격이라는 것을.
+ 인생
이제는 몸이 많이 낡아지고
눈이 차츰 침침해지니까
불편한 점도 더러 있지만
뜻밖의 이득도 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하나 둘 마음에 잡히는 거다.
사랑도 기다림의 시간이
만남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것
기쁨 꽃 한 송이 피려면
수다한 눈물의 슬픔이 필요하다는 것
마침표를 딱 찍을 수 있는
인생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강물같이 바람같이 흐르는 생이
참 멋지고 좋은 생이라는 것
안달하지 않아도 목숨의 끝은 오리니
살아 있는 동안은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것.
이런 작은 깨달음이 올 때마다
마음은 더 가볍고 편안해진다.
+ 천천히
꽃은 겨우
한철밖에 못 살면서도
천천히 피고
또 천천히 진다.
바람같이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에
사람 목숨이
덧없이 짧다고 해도
한철 꽃에 비하면
무척 길고도 긴 시간
생을 꽃 피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서두르지 말자
안달하지 말자
꽃 피듯 꽃 지듯
천천히!
+ 깊이
뿌리 깊은 나무는
강풍도 태풍도 견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이의 힘이다.
깊이 없는 높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
그런 높음은
언젠가 힘없이 무너진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많이 더디더라도
깊이에 묵묵히 충실하기
높이는 좀 낮추더라도
되도록 깊이에 집중하기
성급히 꽃 피우려 하지 말고
뿌리를 튼튼히 다지기
이것 말고 달리
인생살이의 묘수는 없으리.
+ 이름 모르는 길벗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벗입니다
지상에서의 고단한 인생 길
함께하는 길벗입니다.
너는 너의 길을 걸어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지만
겉모양은 달라 보여도
그 길은 닮은 구석이 참 많습니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아롱지지 않는 인생살이는 없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의 목숨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 한들
똑같이 한세월 굽이도는
우리 모두는 다정한 벗입니다.
한번 피면 또 한번은 지는
세상의 모든 꽃들같이
이 땅에서 머잖아 사라질
가난한 목숨에 잇대어 사는 우리는
마음으로 따뜻이 안부를 묻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다가
때가 되면 고운 흙 되어 만날
아름다운 인연의 벗입니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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