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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과 인생 시 모음> 정연복의 '꽃잎 묵상' 외
날짜
:
2015년 04월 02일 (목) 0:18:04 오전
조회
:
2030
<꽃잎과 인생 시 모음> 정연복의 '꽃잎 묵상' 외
+ 꽃잎 묵상
꽃잎이
실바람에 흔들립니다
참
연약해 보입니다
꽃잎이
말없이 집니다
참
의연해 보입니다.
약하기로는
나는 꽃잎과 똑같습니다
세상살이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강하기로도
나는 꽃잎과 똑같을까요
지상에서 떠나는 날
꽃의 모습 닮을 수 있을까요.
요즘 점점 더
꽃의 존재가 커 보입니다.
+ 꽃잎의 말씀
얘야,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지?
그래도 마음을 굳게 먹고
힘차게 즐겁게 살렴.
가냘픈 몸을 가진 나도
한철 웃으며 살다 가는데
나보다 더 강한 몸을 가진 너는
더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슬픔이든 불행이든
안으로 가만히 삭이다보면
환한 기쁨과 웃음의 꽃 한 송이
눈부시게 피어날 거야.
나처럼!
+ 꽃잎의 생
기쁨에 젖을지언정
기쁨에 눈멀지는 않는다
밝은 빛살의 이면에
살짝 그림자 드리우고 있다.
슬픔에 젖을지라도
슬픔에 무릎 꿇지는 않는다.
눈물 같은 이슬방울들
몇 개만 남기고 훌훌 털어낸다.
기쁨도 슬픔도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지혜롭고 멋진 한철
꽃잎의 생이여.
+ 꽃잎의 행간(行間)
작은 꽃잎 하나
지는 모습에
이슬같이 맑은
눈물 한 방울
남몰래
흘려보지 못한 사람은
아직 인생살이를
모르는 것.
한철 눈부시게 피었다
쓸쓸히 지는
꽃잎 하나의
그 짧은 행간에
덧없고도
깊고 아름다운
삶과 죽음의
진실이 담겨 있으니.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 꽃잎
꽃잎에 햇살
한 줌 내리면
그 햇살
꽃잎의 환한 웃음 된다
꽃잎에 이슬
한 방울 내리면
그 이슬
꽃잎의 맑은 눈물 된다.
꽃잎은 작고 여려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기쁨도
또 슬픔도
제 한 몸에
가만히 담을 줄 안다
생의 희로애락 말없이
삭힐 줄 안다.
+ 꽃잎
꽃잎처럼
스러질 목숨이라면
꽃잎처럼
살기로 하자
이 세상 무수히 많은
꽃잎들 중의
이름 없는 하나로
살기로 하자
나는 나의 꽃으로
너는 너의 꽃으로
세상의 어느 모퉁이
한 점 빛이 되기로 하자
이 짧은 목숨 마감하는
그 날까지
꽃잎처럼 순하게
살기로 하자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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